미얀마 각료 만난 말레이 대사, 비난 폭주에 "군부 인정 아냐"

입력 2021-04-09 11:13
수정 2021-04-09 16:49
미얀마 각료 만난 말레이 대사, 비난 폭주에 "군부 인정 아냐"

미얀마 시민들 "군부 각료·고위급과 만나는 것은 쿠데타 인정"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주미얀마 말레이시아 대사가 미얀마의 전기에너지부 장관과 회담한 뒤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를 인정한 것이냐'는 비난에 휩싸이자 해명하고 나섰다.



9일 말레이시아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7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주미얀마 말레이시아 대사 자하이리 바하림이 현지 전기에너지부 관계자와 만나 "예타곤 천연가스전 생산을 잠정 중단한다"고 알렸다.

미얀마 영해의 예타곤 천연가스전은 말레이시아의 국영 에너지기업 페트로나스와 영국, 일본, 태국 등이 참여해 2000년부터 채굴했다.

페트로나스는 최근 자신들이 채굴하는 예타곤 천연가스전의 가스가 고갈돼 '불가항력적'으로 프로젝트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자하이리 대사가 누구와 만났는지 공개하지 않았지만, SNS에는 이미 그가 아웅 탄 우 전기에너지부 장관과 만난 사진이 퍼졌다.

사진을 본 시민들은 "말레이시아는 어떻게 쿠데타를 일으키고, 시민들을 학살하는 군부를 인정할 수 있느냐"고 비판을 쏟아냈다.

시민들은 앞서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교부 장관이 미얀마 입국 허가를 받았을 때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사 정부와 협상하기 위한 특사를 보내지 말라"로 격렬히 반대해 방문이 성사되지 않았다.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이 참관하는 가운데 새 총선을 치르는 방안에 대해서도 미얀마 시민들은 "우리는 지난해 총선 결과를 지지한다. 새 선거를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비판이 거세지자 전날 외교부 보도자료를 통해 "가스전 개발사업 잠정 중단을 알리기 위해 만났을 뿐, 미얀마 군정 최고기구인 국가행정평의회(SAC)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미얀마에 대한 말레이시아의 입장은 분명하고 일관적"이라며 "평화적 해결을 위해 폭력의 즉각적인 중단, 무조건적이고 신속한 정치 억류자 석방, 당사자들간의 포괄적 대화 재개를 끈질기게 요구해왔다"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는 그동안 인도네시아, 싱가포르와 함께 미얀마의 폭력 사태 종식을 촉구해왔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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