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야당 총선승리로 중국 희토류 장악 '타격'

입력 2021-04-09 10:26
그린란드 야당 총선승리로 중국 희토류 장악 '타격'

환경 앞세운 IA 정당 "무분별한 희토류 개발 사업 멈춰야"

중국, 호주 기업 앞세워 희토류 개발 진출

미·중·러, 그린란드 주변 북극해 주도권 두고 신경전도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그린란드 총선 결과가 세계 희토류 확보전의 판세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대규모 희토류 채굴 사업에 반대하는 '이누이트 아타카티기이트(IA)' 정당이 7일 총선 결과 제1당이 되면서 그린란드 남부 크바네피엘의 채굴 사업도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이 당은 선거 과정에서 외국의 채굴 사업에 반대했고, 유권자 역시 장기 집권하며 희토류 개발에 찬성한 시우무트당 대신 이례적으로 이러한 IA에 승리를 안겨줬다.

그린란드에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대규모 희토류 광산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A의 무트 에게데(34) 대표는 현지 방송에 "크바네피엘 개발 사업은 멈춰야 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린란드 총선 결과는 희토류의 무기화를 추진하려 한다는 의혹을 받는 중국에 결정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린란드 남부의 채굴 사업은 호주 회사가 앞서 추진 중이며 배후에는 '차이나 머니'가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이미 세계 희토류 생산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수요가 급증하면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희토류는 휴대전화,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패널, 광섬유 케이블, 전투기, 미사일 유도 시스템 등 국방과 첨단 산업 분야에 필수 재료로 각국이 치열한 확보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희토류를 지렛대로 삼아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전략을 짜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희토류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45%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채굴 과정에서 우라늄이 추출돼 방사능에 오염될 수도 있다.

매리앤 파비아센 의원은 "자칫하다가 그린란드는 사냥이나 낚시도 할 수 없는 쓸모없는 땅이 돼버릴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채굴 찬성 측은 재정 확보와 일자리 창출 등 경제적 이점과 함께 이를 통해 덴마크에서 독립하는 데 유리하다고 반박한다.

희토류 개발 사업을 벌이는 '그린란드 미네랄스'는 "그린란드가 앞으로 수십 년간 서방 국가에 가장 중요한 희토류 생산지가 될 수 있다"라며 "이미 1억 달러 가까이 투자한 상황에서 갑자기 사업을 중단하라고 한다면 정부 신뢰에 매우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총선에서 득표율 37%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IA는 정부 운영을 위해 다른 정당과 연합할 수밖에 없다. 대상 정당 중 일부는 희토류 개발을 놓고 국민투표를 요구하고 있어 주요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그린란드는 희토류 외에도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미국이 그린란드의 기존 툴레 공군 기지를 중심으로 군사력을 키우며 역시 이 지역으로 확장하려는 러시아, 중국과 군사 경쟁을 벌이고 있다.



aayy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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