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서 피습 이란 선박, 핵합의 복원 반대한 이스라엘이 공격"

입력 2021-04-08 00:27
"홍해서 피습 이란 선박, 핵합의 복원 반대한 이스라엘이 공격"

NYT "이스라엘이 선박 공격 미국에 통보"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지난 6일(현지시간) 홍해에서 피습당한 이란 선박 폭발 공격의 배후가 이스라엘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번 선박 공격은 이란이 독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과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을 두고 오스트리아 빈에서 협상에 들어간 날 발생했다.

이란 핵합의 복원을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해온 이스라엘은 중동 지역 내 이란의 최대 적성국이다.

이란 외무부는 이란 선박이 공격을 받았다는 언론 보도 하루 만에 홍해 지부티 인근 해안에서 자국 화물선 '사비즈'호가 폭발물 공격을 받았다고 공식 확인했다.

이란은 이날 낸 공식 성명에서 사비즈호의 공격 배후를 공개적으로 지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텔레그램을 통해 운영되는 중동 지역 뉴스 채널에서 혁명수비대는 사비즈호를 이스라엘이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사비즈호에서 발생한 폭발로 수면에 잠기는 선체 아랫부분이 파손됐으며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이란 정부는 발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7일 미국 관리를 인용해 사비즈호 이스라엘의 것으로 여겨지는 해상 기뢰 공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사비즈호는 화물선으로 분류되지만, 해적 약탈 방어 등 군사적 목적으로 홍해에 배치됐다.

미국 해군연구소가 지난해 10월 발간한 보고서도 사비즈호를 이란 혁명수비대의 비밀 군용 선박이라고 설명한다.

익명의 미국 관리는 사비즈호 폭발이 있었던 지난 6일 이스라엘이 이란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통보해왔다고 이 신문에 밝혔다.

이 관리는 이번 공격에 대해 이스라엘이 과거 자국 선박이 피습당한 것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 25일 오만 인근 걸프 해역에서 싱가포르로 향하던 이스라엘 회사 소유의 자동차 운반선 'MV 헬리오스 레이' 호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이 일어났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를 이란의 소행으로 지목했었다.

이스라엘은 2015년 이란 핵합의 체결에 불만을 드러냈고 미국의 탈퇴로 합의에 전반적 이행이 마비된 뒤에도 복원에 반대해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은 경제 제재 속에 무기와 원유를 거래하려는 이란 선박을 공격 대상으로 삼아왔다고 전했다.

지난달 10일에는 유럽으로 향하던 이란 국영 해운업체 소속 화물 컨테이너선 '샤흐레 코드' 호가 지중해에서 폭발물 공격을 받았고, 이란은 이스라엘이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잇단 이란 선박 폭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으며 언론 취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란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15년 미국과 핵 활동을 제한하는 대신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 핵 합의를 타결했다.

그러나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핵 합의 파기를 선언하고 대이란 제재를 대부분 복원했다.

이란도 2019년 5월부터 단계적으로 핵 합의 조항의 이행 범위를 축소했고, 우라늄 농축률을 높이며 미국에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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