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속도전 선두권에서 이스라엘 웃고 칠레 울었다

입력 2021-04-07 09:25
수정 2021-04-07 09:38
백신 속도전 선두권에서 이스라엘 웃고 칠레 울었다

이스라엘 일상복귀 임박…칠레는 다시 봉쇄

"백신 종류·규제완화 시기 등이 성패에 영향"

칠레가 반면교사…영국도 봉쇄완화 영향에 긴장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의 모범국으로 평가받는 중동의 이스라엘과 남미의 칠레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두 나라 모두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바이러스 확산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면서 일상을 점점 회복하고 있는 반면, 칠레는 다시 봉쇄조치에 들어가는 등 백신 효과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다.

◇ 이스라엘 "일상 회복"…칠레 "다시 봉쇄조치"

6일(현지시간) 일간 텔레그래프, 가디언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9일 화이자 백신을 들여와 대국민 접종을 시작한 이스라엘은 최근까지 전체 인구(약 930만명)의 약 52%에 해당하는 483만9천명에 대해 2회차까지 접종을 마쳤다.

칠레는 아메리카 대륙의 백신 접종 모범국이다.

인구 1천800만명의 칠레는 현재까지 전체의 36% 이상이 한 차례 이상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칠레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은 딴판이다.

지난 1월 한때 하루 1만명에 육박했던 이스라엘의 신규 확진자 규모는 최근 수백 명대로 줄었다.

병원 입원환자나 중환자, 사망자 수도 급격하게 감소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은 지난 2월 초부터 단계적으로 봉쇄를 해제해 대부분의 상업시설과 공공시설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

호텔과 영화관, 콘서트장도 다시 문을 열었다.

반면 칠레에서는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다시 봉쇄조치가 도입됐다.

지난주에만 4만9천542명의 확진자가 발생,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최다를 기록했고, 사망자 역시 급증하고 있다.

결국 칠레는 당초 오는 10∼11일로 예정된 제헌의회 선거를 5월 15∼16일로 연기하기로 했다.



◇ 칠레, '방역의식 약화+봉쇄조치 완화' 등 겹치면서 재확산

칠레의 코로나19 재확산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가장 먼저 백신 접종 확대로 코로나19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약해지면서 섣불리 제한조치를 풀었다는 점이다.

칠레는 지난해 11월 국경을 다시 개방했고, 1월에는 국민이 여름 휴가를 갈 수 있도록 허용했다.

효과적인 접촉 및 추적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에서 해외 입국자가 들어오면서 바이러스가 다시 확산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특히 인근 국가인 브라질에서 발생한 P.1 변이가 더 강력한 전파력을 갖고 남미 곳곳에 퍼지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과 텔레그래프는 사과와 배를 비교하는 것처럼 잘못된 것일 수 있지만, 백신 종류와 사회문화적 차이, 인구 밀도, 백신 수용성, 봉쇄조치 적용 여부 등 여러 다른 요인이 이스라엘과 칠레의 상반된 바이러스 상황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추정을 내놨다.

우선 이스라엘은 바이러스 예방효과가 가장 높은 화이자 백신만을 접종한 반면, 칠레는 화이자와 중국 제약사 시노백의 백신을 함께 접종했다.

칠레의 경우 화이자 백신 접종자는 전체의 10%에 그쳤고, 대부분인 90%는 시노백 백신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칠레에서 백신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한 만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이스라엘에서도 백신 접종 개시 이후 한동안은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확대되면서 엄격한 봉쇄조치가 지속됐다.



◇ 재확산? 통제? 유럽 백신 선두주자 영국의 앞날은

유럽에서 가장 먼저, 가장 많은 백신을 접종한 영국은 이스라엘과 칠레 사례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영국이 과연 이스라엘의 뒤를 이어 일상으로 빠르게 돌아갈지, 아니면 3차 확산의 고비를 맞을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모습이다.

영국에서는 이미 전체 성인의 절반 이상이 최소 한 차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고, 70세 이상에서는 90%가 백신을 맞았다.

1월 초부터 3차 봉쇄조치를 지속하고, 백신 접종에 전력투구한 효과로 하루 최대 7만명에 육박했던 신규 확진자 숫자는 최근 3∼4천명대로 내려왔다.

이에 따라 지난달 등교 재개를 시작으로 오는 12일부터 비필수상점의 영업이 허용되는 등 단계적 제한조치 완화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이스라엘보다 칠레의 뒤를 따라갈 수 있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영국도 칠레처럼 화이자와 옥스퍼드대-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두 종류를 함께 접종해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임상 시험에서 화이자에 비해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봉쇄조치 완화를 시작한 점도 바이러스 재확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영국 정부 최고의학보좌관인 크리스 휘티 교수는 영국이 봉쇄조치에서 벗어나면서 분명 또 다른 바이러스 확산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휘티 교수는 "백신 접종에 있어 우리보다 앞서있거나 나란히 하는 국가들에서 배울 점이 분명히 있다"면서 "많은 사람을 접종했다고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은 칠레가 좋은 교정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봉쇄조치 완화를) 점진적으로 하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영국 정부에 코로나19 대응을 조언하는 비상사태 과학자문그룹(Sage)은 최근 보고서에서 비관적인 시나리오상 3차 확산이 7월 말에서 8월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스라엘과 달리 영국이 글로벌 여행 허브 중 하나라는 점도 우려되는 점 중 하나다.

이 밖에 국민의 백신 접종 의향 차이 등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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