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계 공격, 대부분 경찰서 들락거리는 정신이상자 소행"
뉴욕서 체포된 7명중 최소 5명 정신문제…코로나로 정신이상 노숙자 관리 악화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미국 뉴욕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 공격이 대부분 경찰에 자주 체포되고 정신적 문제가 있는 노숙자들의 소행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3월 마지막 2주일간 아시아계 뉴욕 시민을 공격한 혐의로 체포된 7명 중 최소 5명은 과거 경찰에 '정서장애'(emotional disturbance) 판단을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서장애란 정신의학적 도움이 필요한 것으로 여겨지는 사람을 가리키는 경찰 용어다.
나머지 2명도 정신병 징후를 보였다고 경찰은 보고 있다.
지난달 뉴욕시 브루클린에서 아시아계 부부를 괴롭히다가 이를 말리려던 중국계 버스기사에게 침을 뱉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린 혐의로 체포된 도노번 로슨(26)이 대표적인 사례다.
흑인 청년인 로슨은 정신병을 앓는 노숙자로 당시 경찰에 붙잡힌 게 33번째 체포였다고 NYT가 전했다.
지난달 21일 맨해튼에서 반(反)아시아 폭력 반대 집회에 참가하던 중국계 여성을 때리고 피켓을 부순 히스패닉 청년인 에릭 데올리베이라(27)도 최소 12번 체포된 이력이 있고, 13차례 정서장애 문제가 보고된 바 있다.
역시 맨해튼에서 아시아계 남성의 뒤통수를 때린 혐의로 기소된 루디 로드리게스(26)는 수사관들에게 "아시아계를 싫어한다. 내가 여기서 나가면 모든 아시아계를 죽여버리겠다"고 말했다. 이에 법원은 흑인-히스패닉 혼혈인 로드리게스의 정신 감정을 명령했다.
지난달 29일 맨해튼 한복판에서 60대 아시아계 여성을 강하게 차고 발로 짓밟는 영상이 공개돼 큰 충격을 안긴 흑인 남성 브랜던 엘리엇(38)도 정신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노숙자다.
엘리엇이 2002년 자신의 모친을 살해하기 몇 달 전 경찰에 그의 정신적 문제와 관련한 신고가 들어온 적이 있다고 NYT는 전했다.
가석방 이후 맨해튼의 한 노숙자 쉼터용 호텔에 거주하던 엘리엇이 적절한 사후 관리와 치료를 받았는지는 불분명하다.
더못 셰이 뉴욕경찰(NYPD) 국장은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이러한 비극적인 (아시아계 증오범죄) 사건 전에 항상 체포된 경력이 있었다. 우리는 이런 정신병 문제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신건강 문제가 있고 이미 여러 번 체포된 노숙자들이 주로 아시아계 증오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뉴욕시의 대응이 더욱 복잡해졌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정신적 문제가 있는 전과자들이 사후 치료와 주거, 직업에 대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다시 거리로 돌아오면서 아시아계 등을 상대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시는 일단 아시아계 거주자가 많은 지역에 사복 경찰을 많이 투입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전과자들의 정신건강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케빈 나달 존제이칼리지 교수는 "사법체계의 실패로 수갑을 차고 병원에 보내진 사람이 몇 시간 만에 다시 거리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뉴욕시가 쉼터에 있던 수천명의 노숙자를 빈 호텔 방에 분산 수용하면서 정신적 문제를 가진 노숙자에 대한 관리가 더 느슨해졌다고 NYT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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