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대통령, 네타냐후에 정부구성권 부여…연정 '험로'(종합)

입력 2021-04-07 01:58
이스라엘 대통령, 네타냐후에 정부구성권 부여…연정 '험로'(종합)

의원 120명 중 52명 추천받아…9석 추가해야 과반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의 차기 정부를 구성할 총리 후보로 베냐민 네타냐후 현 총리가 지명됐다.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우파 정당인 리쿠드당을 이끄는 네타냐후 총리를 차기 정부 구성을 위한 총리 후보로 지명한다고 밝혔다.

리블린 대통령은 "의원 추천 수를 기반으로 결정을 내렸다. 네타냐후가 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약간 높다"며 "그러나 (정당 면담 결과) 실질적인 정부 구성 기회를 가진 후보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윤리적 기준으로 볼 때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나라가 걱정이다"라고 덧붙였다.

리블린 대통령의 결정으로 네타냐후는 향후 28일간 연정 구성을 시도하고, 실패할 경우 리블린 대통령에게 추가로 14일간 기간 연장을 신청할 수 있다.

역대 최장수 총리인 네타냐후에게 재집권 기회가 주어졌지만, 현재 정당별 의석수를 고려할 때 연정 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네타냐후 총리가 연정 구성에 실패하면 정부 구성 권한이 '반네타냐후' 블록으로 넘어갈 수 있다.

그는 이날 리쿠드당 의원들과 만나 "선거가 되풀이되는 상황을 끝내고 시민과 국가를 위해 강력한 정부를 만들겠다"며 "코로나19 백신 재고 확보가 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앞서 리블린 대통령은 전날 원내 진출 정당 대표들과 면담을 통해 차기 정부 구성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면담에서 전체 120명의 크네세트(의회) 의원 가운데 52명이 네타냐후를 총리 후보로 추천했다.

집권 리쿠드당(30석)과 초정통파 유대교 계열의 '샤스'(Shas, 9석), 토라유대주의당(UTJ, 7석), '독실한 시오니스트당'(6석) 등 기존에 알려진 네타냐후 우호 세력이 모두 그를 지지했다.



'반네타냐후' 블록을 주도하는 TV 앵커 출신의 야이르 라피드(17석)는 45명의 지지를 받는 데 그쳤다.

라피드가 주도하는 '예시 아티드'(17석)와 청백당(8석), '이스라엘 베이테이누'(7석), 노동당(7석), 메레츠(6석) 등 중도 또는 좌파 성향의 정당들이 그를 지지했다.

극우 성향 '야미나'(7석)의 나프탈리 베네트 대표는 자체 의원 7명의 지지를 받았다.

아랍계 정당인 라암(Ra'am, 4석), 아랍계 정당 연합인 '조인트 리스트'(6석), 우파 정당인 '뉴 호프'(6석) 등 3개 원내 진출 정당(총 16석)은 총리 후보를 지명하지 않았다.

네타냐후 총리가 집권하려면 이들 '제3지대' 세력이나 '반네타냐후 블록'에서 최소 9석의 우호 지분을 더 끌어와야 한다.

그러나 아랍계 정당을 우호 세력으로 영입할 경우 유대교 계열 우호 정당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네타냐후는 과거 자신의 우군이었다가 등을 돌린 베네트 대표와 기데온 사르 '뉴 호프' 대표에게 우파 연정 참여를 제안한 상태다.

베네트 대표는 2018년 국방부 장관직을 요구했다가 네타냐후 총리에게 거절당한 이후 리쿠드당과 갈라섰고, 사르는 2019년 네타냐후와의 리쿠드당 당권 경쟁에서 밀린 뒤 탈당했다.

반면, 라피드는 베네트 대표에게 '반네타냐후' 연정 참여 조건으로, 순번제 총리제를 제안하고 총리 우선순위도 양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극심한 정치적 분열상 속에 이미 지난 2년간 4차례나 총선을 치렀던 이스라엘은 이번에도 연정 구성이 좌절되면 다섯번째 총선을 치러야 한다.

가뜩이나 연정 구성이 어려운 상황인데, 네타냐후 총리의 수뢰, 배임, 사기 혐의에 대한 재판에서는 연일 증인들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전날 첫번째 증인으로 나선 포털 사이트 '왈라'(Walla)의 전 최고경영자(CEO) 일란 예수아는 총리와 오너 샤울 엘리노비치로부터 네타냐후에 대한 기사를 우호적으로 쓰거나 정적을 공격하라는 청탁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또 그는 누군가에게 지배당한다는 느낌 때문에 자신과 에디터가 네타냐후 총리를 북한의 지도자 김정은을 뜻하는 '김'(Kim)으로, 그의 부인 사라를 '리설주'로 불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네타냐후 총리측은 이번 재판을 '마녀사냥'이라고 비판했고, 자신을 겨냥한 폭로를 '쿠데타 시도'로 매도하기도 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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