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르트 아줌마' 반세기…이젠 화장품·밀키트도 배달

입력 2021-04-10 10:00
'야쿠르트 아줌마' 반세기…이젠 화장품·밀키트도 배달

대형마트에 밀려 고전하다 새벽배송 부상에 '날개'…전동카트도 진화

47년 근무 정순희씨 "첫달 수입, 쌀 다섯가마 가격…고객과 소통이 보물"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국내에 '야쿠르트 아줌마'가 등장한 지 올해로 50년을 맞았다.

hy(한국야쿠르트의 새 사명)는 '야쿠르트 아줌마'라는 명칭을 2년 전 신선함과 건강 관리자를 뜻하는 '프레시 매니저'로 바꿨다.

국내 방문 판매 역사의 한 획을 그은 프레시 매니저는 이제 첨단 기술로 무장한 전동카트 '코코'를 타고 유제품을 넘어 화장품과 밀키트까지 배달하고 있다.



◇ 50년 전 종로에서 47명으로 시작…지금은 김치도 배달

1971년 8월 서울에서 47명으로 출발한 프레시 매니저는 1975년 1천명, 1983년 5천명, 1998년 1만명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현재는 1만1천여명이 활동 중이다.

이항용 hy 영업1부문장은 "주된 판매 제품인 발효유 특성상 가능한 한 빨리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다"며 "냉장 배송과 저장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던 1970년대 상황을 고려했을 때 직접 손에서 손으로 전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hy의 방문 판매 마케팅이 성공을 거둔 이후 아모레퍼시픽의 '아모레 카운슬러'(아모레 아줌마), LG생활건강 '뷰티 컨설턴트', 코웨이 '코디' 등 방문 판매 시스템이 잇따라 탄생했다.

프레시 매니저 시스템에도 우여곡절은 있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소비자의 쇼핑 패턴이 '주 1회 대량 구매'로 바뀌고, 전자상거래가 부상하면서 시대에 뒤처진 게 아니냐는 내부적인 고민도 많았다.

그러나 식품업계 '새벽배송'이 최신 트렌드로 떠오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식품 온라인 구매가 폭증하면서 프레시 매니저 시스템이 다시 주목받았다.

다른 유통업체는 전국적인 신선 배송 물류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하는데, hy는 이미 새벽배송이 가능한 지역 조직망을 갖췄기 때문이다.

현재 프레시 매니저는 hy의 발효유 제품을 비롯해 자사몰 '프레딧'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을 배달한다. 이에 따라 취급 품목이 비누, 치약, 바디워시, 여성 위생용품 등으로 다양해졌다.

이 부문장은 "많은 기업이 '러브콜'을 보내는 상황"이라며 "현재 프레딧에서 주문하면 대상 '종가집 김치'와 CJ제일제당 '비비고' 브랜드 식품 등 다양한 회사의 식품을 프레시 매니저가 가져다준다"고 말했다.

프레시 매니저 1만1천여명의 평균 활동 연수는 12.5년이다. 이 가운데 5천600여명은 10년 이상 근속 중이다.

최고 오랜 경력을 가진 프레시 매니저는 47년간 일한 정순희 매니저다. 최연소 매니저는 1999년생으로, 올해 22세다.

정순희 씨는 "1974년 처음 일을 시작할 날 야쿠르트 53개를 판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며 "첫 달 수입은 1만8천원이었는데, 당시 쌀 다섯 가마 가격이었다. 오랜 시간 고객과 소통하며 이어온 관계는 무엇보다도 소중한 나의 보물"이라고 회고했다.



◇ 경쟁력은 전동카트 '코코'…터치스크린으로 제품 선택·결제

프레시 매니저 시스템의 핵심 경쟁력은 전동카트 '코코'다. 세계 최초의 탑승형 냉장카트로 2014년 12월 도입됐다.

친환경 전기차인 코코는 '타고 다니는 냉장고'로 불린다.

코코 덕분에 프레시 매니저가 땀을 '뻘뻘' 흘리며 제품을 실은 카트를 미는 광경은 사라졌다. 내부 설문 결과 코코 도입 이후 프레시 매니저의 33.9%가 용이한 이동 등에 월 매출이 30만원 이상 증가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hy는 이달부터 서울 강남역 등지에서 성능을 높인 신제품 '코코 3.0'을 보급 중이다.

코코 3.0은 프레시 매니저가 자리에 없어도 고객이 직접 터치스크린을 통해 제품을 선택·결제한 뒤 상품을 꺼내 갈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반경 10m 이내라면 누구나 무료로 와이파이를 사용할 수 있는 '공유형 와이파이 시스템'도 갖췄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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