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시가격 두고 일부 지자체-정부 팽팽한 공방
제주도·서초구 "공시가격 엉망" vs 국토부 "사실 아냐"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제주도와 서울 서초구가 정부의 아파트 등 공동주택 가격공시에 오류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자 정부는 이들의 주장이 '팩트'가 아니라고 맞서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부동산 가격공시 정책의 기본 방향이나 기조에 대한 이견을 교환하는 것보다는 한쪽이 개별 사안에 오류를 지적하면 그 지적에 오류가 있다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식이어서 좀체 접점을 찾기 어려운 모양새다.
국토교통부는 6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제주도와 서초구의 전날 발표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앞서 원희룡 제주지사와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정부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검증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부의 아파트 등 공시가격 산정에 심각한 오류가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 서초동 아파트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122.5%다?
서초구는 정부의 현실화율(공시가/시세) 로드맵보다 공시가격이 더 높게 올라 현실화율이 90%, 100%를 넘는 아파트 단지가 속출했다고 밝혔다.
일례로 제시된 것이 작년 준공된 서초동 A 아파트 80.52㎡ 사례다. 이 아파트의 실거래가격은 12억6천만원이었으나 공시가격은 15억3천800만원으로 현실화율이 122.1%에 달한다는 것이 서초구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아파트 공시가격을 산정할 때 해당 아파트뿐만 아니라 주변 시세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A 아파트의 경우 실제로 작년 10월 12억6천만원에 거래된 사실이 있지만 이는 적정 시세로 볼 수 없고, 주변의 다른 아파트 거래가격은 18억~22억원인 점을 고려했을 때 현실화율은 70~80% 수준이라는 것이라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그러면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서도 조회되는 12억6천만원의 거래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국토부 관계자는 "해당 거래가 '이상거래'인지에 대한 검토가 진행 중"이라며 "시세를 평가할 때 너무 높거나 낮은 실거래가는 제외하고 평균적인 수준의 가격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는 우면동 B 아파트(51.89㎡)도 5억7천100만원에 거래됐으나 공시가는 6억7천600만원으로 산정돼 현실화율이 118.4%였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도 국토부는 "이 아파트는 작년 분양전환된 임대아파트이며, 당시 분양전환 가격이 5억7천만원이라는 것일 뿐, 실제 시세는 10억원 이상으로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서초구는 잠원동이나 방배동 일부 아파트도 현실화율이 100%를 넘겼다고 주장했으나 국토부는 서초구가 제시한 비교 대상과 다른 거래를 거론하면서 "이를 감안하면 현실화율은 80%를 넘지 않는다"고 맞섰다.
◇ 제주도 같은 아파트 한 동에서도 라인마다 변동률이 들쑥날쑥?
제주도는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서도 한 라인만 공시가격이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동에서도 한 라인에선 공시가격이 6.8% 올랐지만 바로 옆 라인은 11.5% 하락해 조사 산정의 전문성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공시가격이 6.8% 오른 라인은 33평형이고 다른 라인은 52평으로 평형상 큰 차이가 나 공시가격 상승률에서도 차이가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실거래 사례뿐 아니라 KB국민은행 시세나 한국부동산원 시세정보에서도 33평형은 값이 올랐지만 52평형은 내렸고, 이를 반영해 공시가격도 산정됐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제주도는 11개의 공동주택은 숙박시설로 밝혀졌으나 공동주택으로 평가되고 세금이 매겨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오히려 제주도의 책임이라고 되받아쳤다.
11개 중 10개는 제주도 건축물공부상 연립·다세대 주택으로 등재돼 있어 원래 용도인 공동주택으로 가격 공시가 됐을 뿐이며, 주택이 불법으로 숙박시설로 사용되는지를 제주도가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 서민 주택에서 공시가격 급등했다?
제주도와 서초구는 공시가격이 급등한 주택은 대부분 서민주택이며, 이에 따라 서민층이 세금 부담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제주도는 "아파트보다는 빌라, 대형보다는 소형, 고가보다는 저가 주택에 공시가격 오류가 집중돼 힘없는 서민들의 세금 부담이 커졌다"고 했고, 서초구도 "빌라 등 서민 주택이 그동안은 거래가 별로 없어 낮은 가격을 유지했지만 실거래가 발생하자 공시가격을 100% 이상 일시에 높였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서초구 공동주택 중 공시가격 3억원 이하 주택의 71%는 공시가격 변동률이 10% 이하이며, 제주도의 경우 51.2%는 공시가격이 내렸고 공시가 3억원 이하 주택은 52.8%가 공시가가 하락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올해 공시가격 6억원 이하 1주택자에는 지방세법 개정으로 재산세 부담이 오히려 줄어들게 된다고 국토부는 강조했다.
제주도의 경우 99%가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이어서 1주택자의 경우 재산세 부담이 작년보다 줄어든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 국토부 "의견제출·이의신청 적극 검토할 것"
국토부는 공동주택 조사 과정에서 부실조사가 이뤄졌다는 일부의 우려에 대해선 "부동산원 조사자 1인당 850개 동(580개 단지), 아파트 기준으론 300개 이내의 동(84개 단지)을 조사하고 있다"며 "조사물량 과다에 따른 부실 조사가 이뤄질 우려는 없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공시가격에 대해선 3단계 심사체계를 통해 면밀히 검증하고, 올해부턴 감정평가사 등 외부 전문가 등의 추가 검토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올해부터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 기초자료를 공개한다.
올해는 이달 29일 주택의 특성과 가격 참고자료 등 자료를 공개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공동주택 공시가격과 관련해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5일까지 소유자 의견을 접수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의견청취된 내용을 취합 중으로, 집단 민원은 상당수 우편으로 접수된다"며 "작년 의견청취 건수 3만7천400건은 넘을 가능성이 있으나 그렇게 많이 증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부동산 공시가격 지방정부 이양이나 공시가격 인상 폭 제한 등에 대해선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가격공시 업무의 지방 이양을 골자로 한 법 개정안이 나왔으나 대부분의 지자체가 반대 의견을 내 무산됐고, 공시가격의 지역별 형평성을 감안했을 때 지자체 이양은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부동산 조세 운영상 강력한 상한제가 운영되고 있는데, 이를 공시가격에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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