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코로나19 대확산…'하루 10만 확진' 인도가 새 진원

입력 2021-04-06 10:16
세계 코로나19 대확산…'하루 10만 확진' 인도가 새 진원

신규확진 최다…방역 경계심 풀려 통제불능

미국 4차 유행 문턱…영국변이 50개주 확산

프랑스 재봉쇄 굴욕…'방역 정치화' 브라질도 그로기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격화하고 있다.

각국이 백신 접종에 돌입했지만 그 예방효과가 속출하는 감염자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인 모양새다.

인구가 13억명에 달하는 인도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만명을 넘으며 감염의 새 진원으로 독보적 위치를 차지했다.

올해 들어 확진자가 감소 추세에 있던 미국은 '4차 유행'에 진입했고, 프랑스는 전국 재봉쇄 카드를 다시 꺼내 들었다.

브라질은 방역이 정치싸움의 수단으로 변질하며 지방 당국이 중앙정부와 소통을 건너뛴 채 각자도생하는 상황이다.



◇인도, 하루 확진자 10만명 쏟아졌다…최다치 경신

인도는 최근 일일 확진자 자체 최고기록을 다시 쓰며 전 세계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의 새로운 진원지가 됐다.

인도 보건가족복지부는 지난 5일 자국의 신규 확진자를 10만3천558명으로 집계했다. 인도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0만명을 넘은 것은 지난해 1월 30일 첫 확진자 발생 후 처음이다.

이런 수치는 이날 전 세계 최다치이기도 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집계에 따르면 5일 인도의 신규 확진자 수는 프랑스(6만922명), 터키(4만1천998명) 등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새 확진자의 절반가량은 '경제수도' 뭄바이가 속한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주 당국은 야간 통행금지와 주말 완전 봉쇄를 도입하기로 했다.

주민들의 방역의식이 느슨해진 점이 이런 확산세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신규 확진자가 지난해 9월 약 10만명에서 올해 2월 1만5천명으로 급감하며 인도인들의 방역태세가 해이해졌다"면서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불필요한 여행과 모임 자제 등을 덜 지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색의 축제' 홀리, 힌두교 축제 '쿰브 멜라' 등에 수많은 사람이 마스크 없이 밀집했고 웨스트벵골 주 등에서 진행 중인 지방 선거 유세장에도 연일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상황이다.



◇미국 4차 대유행 문턱…CDC국장 "제발 더 버텨달라"

미국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진입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른다.

월드오미터 집계를 보면 미국의 신규 확진자는 올해 1월 초 30만명이 넘어 최다치를 찍은 후 3월 초 6만명대까지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시 7만명대 후반을 찍는 등 증가세가 심상찮다.

미 미네소타대 감염병연구정책소의 마이클 오스터홈 소장은 지난 4일(현지시간) NBC 뉴스에 출연해 "중서부를 중심으로 지금 4차 유행이 시작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같은 날 '폭스뉴스 선데이'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지금 여러 면에서 새로운 팬데믹에 진입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유행은 30~40대 젊은 층이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감염에 취약한 65세 이상 고령층 위주로 백신을 접종하자 젊은 확진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전파력이 더 강한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도 재유행의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5일 기준으로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50개주 전체에서 나왔다고 밝혔다.

상황이 심각해질 조짐을 보이자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지난달 29일 브리핑 도중 "오늘 꼭 CDC 국장으로서만이 아니라 아내로서, 엄마로서, 딸로서 당부한다. 제발 그저 조금만 더 오래 버텨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재봉쇄 없다던 프랑스 굴복…브라질도 악화일로

프랑스는 최근 최후 수단인 전국 봉쇄를 다시 도입했다. 지난해 11월 1만명 아래까지 내려갔던 신규 확진자가 꾸준히 증가해 최근 6만명이 넘을 만큼 상황이 심각해진 데 따른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지금 대처하지 않으면 통제력을 잃을 수 있다"라며 기존 약속을 어기고 전국 봉쇄령을 발표했다.

전국적 이동제한령이 내려진 건 작년 3월 17일, 10월 30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브라질에선 중앙정부 차원의 통일된 방역조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재앙' 수준으로 치달았다.

무엇보다 방역이 정치세력간 갈등의 소재로 전락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일례로 지난달 31일 마르셀루 케이로가 보건장관은 마스크 착용, 사회적 거리두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봉쇄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하지만 그 직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집에 머무는 것으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봉쇄 강화조처를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 정부들은 연방정부를 거치지 않고 백신 확보에 나서는 등 각자도생하는 상황이다.

브라질의 신규 확진자는 지난 2월 4만명대까지 줄었다가 지난달 25일 1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증가해 왔다(월드오미터 기준). 다만 이달 들어선 1일 8만9천459명, 2일 6만9천662명, 3일 4만1천218명, 4일 3만1천359명을 각각 기록하며 나흘 연속 감소 추세를 보였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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