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동유럽·북극서 무력과시 잇따라…미국 경계심 고조

입력 2021-04-05 10:48
러시아, 동유럽·북극서 무력과시 잇따라…미국 경계심 고조

미 매체 "바이든 정부 외교정책에 도전"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최근 러시아가 동유럽과 북극 등에서 도발적 행동을 강화하면서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경계하고 있다고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더힐에 따르면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에서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의 공격, 러시아 잠수함의 북극해 훈련 등에 대해 "우리는 여러 영역에서 러시아의 위협을 분명히 알고 있다"며 "그것들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 공군의 글렌 벤허크 북부사령관도 "분명히 러시아는 세계 무대에서 그들의 영향력과 능력을 다시 발휘하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계심이 높아진 이유는 러시아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군사적 행동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더힐은 러시아가 지난 2주 사이 미국과 그 동맹을 시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들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분리주의자들의 공격으로 숨진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약 20명이다.

특히 우크라이나군이 지난달 27일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 반군의 공격으로 전날 병사 4명이 사망했다"고 밝히는 등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의 충돌이 최근 격화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텔레그램을 통해 "불행히도 2021년 초부터 우리는 갈등이 고조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 성향 주민들은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를 전격 병합하자 분리·독립을 선포하면서 중앙정부와 충돌해왔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방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일 취임 후 처음으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하고 러시아의 공격에 맞서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무력 과시는 바다와 하늘에서도 이뤄졌다.

지난달 26일 러시아 해군은 핵잠수함 3척이 처음으로 한꺼번에 두꺼운 북극해 얼음을 뚫고 수면위로 부상하는 훈련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밝혔다.

잠수함 가운데 한 척은 어뢰 실사격 훈련도 시행했다.

이 훈련에는 600명 이상의 군인과 민간인, 약 200종의 각종 무기와 군사 장비 등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러시아는 지난달 29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영공 인근에 전투기와 폭격기를 띄웠고 나토 전투기가 이에 대응해 10차례 출격하며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더힐은 러시아가 올해 바이든 미 행정부의 초기의 외교 정책에 도전하고 있다며 양국 정상이 지난달 설전을 벌인 사실을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미 ABC 방송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살인자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의 발언은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독극물 중독 사건에 러시아 정부가 개입돼 있다는 서방측 주장에 근거한 것으로 해석됐다.

푸틴 대통령은 그다음 날인 18일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어린 시절 친구들과의 다툼을 예로 들며 "남을 그렇게 부르면 자신도 그렇게 불리는 법"이라고 에둘러 비판했다.

이에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2일 러시아 정부가 나발니 독살 시도의 배후에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러시아 고위관리·연구소 및 보안기관·기업체 등을 제재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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