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납치피해자 가족회, 北 김정은에 보내는 새 메시지 발표
바이든·스가 정상회담 앞두고 '납치피해자 문제' 해결 촉구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회가 3일 도쿄에서 지원단체인 '구출회'와 합동회의를 연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새 메시지를 발표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두 단체는 이날 메시지를 통해 김 위원장이 하루라도 빨리 일본 정부가 제안해 놓은 북일 정상회담에 응해 모든 납치 피해자의 즉각적인 일괄 귀국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두 단체가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2019년 2월 이후 2번째다.
이들은 일본인 납치 피해자의 귀국이 실현되면 북일 간의 국교 정상화에 반대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는 납치 피해자 측에서 8가족 13명이 참가했다.
납치 피해자를 상징하는 인물인 요코타 메구미(1977년 실종 당시 13세)의 어머니인 사키에(早紀江·85)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분노밖에 남아 있지 않다"며 "아이들을 돌려보내 달라"고 호소했다.
메구미의 남동생으로 피해자 가족회 사무국장을 맡은 다쿠야(拓也·52) 씨는 스가 총리가 이번 방미를 계기로 납치 문제의 전면적인 해결을 미·일의 공통가치로 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가 총리는 오는 16일(미국시간) 워싱턴DC에서 올 1월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과 외국 정상으로는 첫 대면 회담을 할 예정이다.
지난달 12일 바이든 미 대통령이 참가했던 '쿼드'(미·일·호주·인도) 화상 정상회의 때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거론한 스가 총리는 이번 대면 회담에서도 납치 문제 해결에 바이든 대통령의 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문제는 2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해군사관학교에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한미일 3국 간 안보실장 회의의 의제로도 올랐다.
이들은 회의 후의 성명에서 '일본인 납북자(납치피해자) 문제'의 신속 해결에 관한 중요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는 1970~1980년대 실종된 일부 일본인을 북한이 납치한 것에서 출발한다.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일본 총리의 방북 때 북한이 13명의 일본인 납치 사실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하지만 납치 인원 등을 둘러싼 양국의 견해차로 지금까지 쟁점 현안으로 남아 있다.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북한의 일본인 납치 사건은 12건에 17명이다.
이들 중 고이즈미 전 총리의 방북 후에 일시 귀환 형태로 돌아온 5명을 제외한 12명이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는 것이 일본 정부 입장이다.
반면에 북한은 12명 중 납치 피해자의 상징적인 인물인 메구미를 포함한 8명은 사망했고 4명은 북한에 들어오지도 않았다며 해결할 납치 문제 자체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 문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7년 8개월간의 제2차 집권기에 지속해서 거론한 과제였다.
아베의 뒤를 이은 스가 총리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조건 없는 북일 정상회담을 제안해 놓고 있지만, 북한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북한은 올 2월에도 관영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일본이 그토록 떠드는 납치 문제는 이미 되돌릴 수 없게 다 해결돼 더는 논의할 여지조차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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