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따블라디] 연해주 도롯가 주변 곳곳에 조화가 놓인 이유는
유족들, 교통사고 발생장소 찾아 놓아둬…조형물 세우기도
과거 악명높았던 사망률…최근엔 점차 감소 추세
[※ 편집자 주 : '에따블라디'(Это Влади/Это Владивосток)는 러시아어로 '이것이 블라디(블라디보스토크)'라는 뜻으로, 블라디보스토크 특파원이 러시아 극동의 자연과 역사,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생생한 소식을 전하는 연재코너 이름입니다.]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형우 특파원 = "나무에 왜 뜬금없이 조화가 걸려있죠?"
러시아 연해주(州) 주도인 블라디보스토크 도심 외곽을 벗어나면 도로 주변에서 '조화'(弔花)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한국인의 눈에는 낯선 풍경이다.
몇몇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교통사고 사망자를 추모하기 위해서란다.
교통사고로 죽은 가족이나 친구, 지인을 기억하기 위해 사고가 발생한 현장에 조화를 남겨놓는다는 얘기다.
사고 현장에 조그마한 조형물을 세워놓는 사람들도 있다고 현지인은 설명했다.
현지인은 "살아있는 생화는 금세 시드는 탓에 대부분은 인공적으로 만든 꽃을 교통사고 현장에 놓아둔다"고 말했다.
특히, 도로 여건이 열악한 곳에서 이런 조화들이 자주 눈에 띈다.
도로에 놓인 조화들은 러시아의 교통문화와 무관치 않다.
과거 러시아의 교통문화는 열악한 도로 시설과 운전자의 난폭한 운전 습관 등으로 교통사고 대국이라는 불명예를 안아야만 했다.
당시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담긴 러시아 교통문화의 난맥상이 지금까지도 소셜네트워크(SNS)상에 돌아다니며 화제가 될 정도다.
이는 통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러시아 정부 자료를 인용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매해 러시아에선 교통사고로 2만 명 안팎의 운전자가 목숨을 잃었다.
도로 환경 개선을 위해 러시아 정부는 2010년 이후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악명높았던 러시아의 교통사고 사망률은 사회적 손실을 우려한 러시아 정부의 개입으로 최근 들어 감소추세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2만 명대를 크게 웃돌았던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2015년 이후 계속 줄면서 2019년에는 1만6천981명을 기록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고로보이 내무부 차관은 지난 2월 이 매체에 "지난해 도로교통 사망률이 5% 감소했다"면서 러시아가 지난 10년간 도로 안전에 쏟아부은 노력이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자평했다.
다만 교통사고 사망률이 여타 선진국들과 비교해 아직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어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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