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군, 학살 실상 덮으려 기자에도 총격…"최소 56명 체포"
눈에 안 띄려 기자 헬멧·조끼 없이 시위대와 섞여
"탄압 증거 채집 위해 위험해도 계속 취재할 것"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미얀마 군부가 무자비한 학살 실상을 덮으려 언론을 탄압하고 있다.
앞서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 열흘 후 언론에 '쿠데타', '군사정부'와 같은 용어를 기사에 싣지 못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언론이 군부의 명령에 순응하지 않자 아예 표현의 자유 말살에 나섰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실제로 미얀마 군부는 AP 통신과 BBC 방송 소속 기자를 포함해 최소 56명의 언론인을 체포했다. 반(反) 쿠데타 시위대를 취재하던 사진기자 3명이 총상을 입기도 했다.
심지어 군사정부는 휴대전화 데이터 서비스를 끊으며 시위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전달할 수 없도록 했다.
우 스웨 윈 '미얀마 나우' 편집국장은 "미얀마가 북한처럼 될까 봐 매우 우려스럽다"라며 "군사정부는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리지 못하도록 탄압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얀마 군사 정부는 지난 1962년 정권을 잡았을 때도 반대 세력을 무자비하게 탄압한 전력이 있다.
그러던 중 준 민간정부가 들어선 2012년부터는 값싼 휴대전화가 광범위하게 보급되기 시작했다. 이후 페이스북이 정보 교환의 중심으로 떠올랐고, 온라인 언론 매체도 성장했다.
언론인들은 군부의 공격 목표가 되지 않기 위해 헬멧이나 '프레스'(PRESS)라고 적힌 조끼 착용을 피하고 있다. 오히려 시위대와 섞여서 눈에 띄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군사 정부 대변인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기자가 체포되느냐의 문제는 전적으로 기자의 행동에 달려 있다"라며 "법률을 어기면 체포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미얀마 남부에서 시위 현장을 찍던 한 프리랜서 사진기자는 군인이 쏜 총에 다리를 맞았다고 NYT가 전했다.
군인들이 이 사진기자를 폭행하고, 총에 맞지 않은 다리로 뛰게 하는 모습이 인근 건물에서 찍은 영상에 담겼다.
또 다른 사진기자는 군인을 찍다가 카메라를 쥐고 있던 왼손에 총을 맞았다.
이 기자는 "군인이 원래 자신의 머리를 겨냥했다"라며 "내가 기자임을 표시하는 헬멧이나 조끼는 입지 않았지만, 카메라 두 대를 들고 있었기 때문에 기자라는 것을 모를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군부가 전 세계에 실상이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언론인들을 겨냥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한 사진기자는 군인들이 시위대를 체포하는 장면을 촬영하다 발각돼 총을 맞을뻔하기도 했다.
이 기자는 "총알이 내 바로 앞 벽에 박혔다"라며 "시위 현장을 촬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지만 군부를 처벌하기 위한 증거를 위해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체포됐던 언론인 56명 중에 여전히 28명이 구금 중이며, 15명은 3년 이상 형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한편 언론사 기자들이 탄압을 받자 소셜 미디어 세대가 전면에 나섰다.
이들은 스스로 '시민 기자'라 칭하며 목숨을 걸고 군부의 잔학한 탄압 현장을 휴대전화로 찍어 외부로 실상을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미얀마의 젊은 세대는 시대를 과거로 돌려 자유를 뺏으려는 군사 정부의 시도에 저항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지난 2월1일 쿠데타 발생 후 미얀마에서는 거의 매일 시위가 벌어졌고, 민간을 중심으로 불복종 움직임이 전개되면서 경제는 사실상 멈춰 섰다.
미얀마 군경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536명을 살해하며 강경 일변도로 대응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엔은 아직 미얀마 군부에 대한 제재까지는 아니지만, 강경 진압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aayy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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