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몫 포기 못해"…화이자 백신 앞에서 끝내 무너진 EU 연대

입력 2021-04-02 08:47
수정 2021-04-02 09:53
"내 몫 포기 못해"…화이자 백신 앞에서 끝내 무너진 EU 연대

2분기 공급예정 백신 1천만 회분 배분 두고 내분 양상

절박한 5개국에 물량 양보하기로 19개국 합의

오스트리아 등 3개국은 자국 몫 유지 고수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유럽연합(EU)이 회원국 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배분 문제를 놓고 끝내 단결력을 보이지 못했다.

백신이 부족한 5개국에 더 많은 물량이 돌아가도록 하는 데 대다수 회원국이 합의했지만, 일부는 자기 몫을 양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EU 회원국 대사들은 2분기에 공급될 예정인 화이자 백신 1천만 회분의 배분방식에 대해 이같은 결론을 냈다.

EU는 통상 27개 회원국의 인구에 비례하도록 백신을 나눠 갖는다.

다만 이번에는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슬로바키아 등 백신이 부족한 5개국에 더 많은 물량을 배분하는 데 19개 회원국이 합의했다.

이들 5개국은 인구 비례 배분량에 더해 285만 회분을 추가로 나눠 갖는다.

이를 위해 벨기에, 덴마크, 프랑스 등 19개국은 총 666만 회분을 각국 인구에 비례해 배분받기로 했다. 1천만 회분을 나눠 가졌을 때보다 적은 양으로, 자국 몫을 줄이고 더 절박한 5개국에 주겠다는 의미다.

안드레이 플렌코비치 크로아티아 총리는 성명을 통해 "크로아티아가 74만7천회분을 추가로 받게 됐다"라고 전했다.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는 자국이 6만2천회분을 더 받는다며 EU의 연대와 협력에 사의를 표했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체코, 슬로베니아 3개국은 자국 배분량을 줄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오스트리아는 현재 체코가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 백신이 더 필요하며, 자국은 체코와 연대하기 위해 나머지 회원국의 제안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앞서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일부 회원국이 공평한 몫보다 더 받고 있다며 역내 백신 배분 방식을 수정할 것을 EU 집행위에 요구한 바 있다.

오스트리아의 태도를 두고 한 유럽 외교관은 AFP통신에 "쿠르츠 총리가 부족한 연대의식을 드러내며 5개국을 버렸다"면서 "그는 동맹국을 기꺼이 버리려고 한다"라고 비판했다.

백신 접종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EU는 2분기에 박차를 가해 올 7월까지 성인 인구의 최소 70%를 접종하겠다는 방침이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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