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경찰청서 사살된 테러범은 25세 여성…"외로운 늑대 추정"

입력 2021-04-01 17:40
인니 경찰청서 사살된 테러범은 25세 여성…"외로운 늑대 추정"

대사관 "추가 테러 발생 가능성 배제 못 해…안전 유의 당부"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네시아 경찰청 본부에 홀로 총격전을 벌이다 사살된 테러범은 25세 여성으로 드러났다.



1일 일간 콤파스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30분께 자카르타 경찰청 본부 앞마당에 검은색 복장에 히잡을 쓴 여성이 총을 들고 경찰들과 대치하다 현장에서 사살됐다.

경찰은 테러범이 옷 속에 폭발물을 장착했을 수 있다고 보고 먼저 사살한 뒤 폭발물제거반을 보내 확인한 뒤 시신을 수습했다.

경찰은 "사살된 테러범은 ZA라는 이니셜을 쓰는 25세 여성"이라며 "SNS에 올린 게시물 등을 볼 때 이슬람국가(IS) 사상에 노출된 외로운 늑대로 강하게 의심된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어 "ZA는 경찰청 뒷문 보행로를 통해 들어왔고, 초소를 지키는 경찰관들을 향해 총을 겨누고 쐈다"고 덧붙였다.

'외로운 늑대'는 단독으로 행동하는 테러리스트를 뜻한다.

인도네시아는 본래 온건하고 관용적인 이슬람 국가로 분류됐으나, 수년 전부터 원리주의 기조가 강화됐고 IS 추종 세력이 테러를 저지르고 있다.

부부나 일가족이 자살테러를 벌이기도 하고, SNS 등을 통해 극단주의 사상에 빠진 뒤 홀로 행동에 나서는 '외로운 늑대'의 테러도 반복됐다.

경찰청 울린 총성…인도네시아 총격전서 여성 테러범 사살 / 연합뉴스 (Yonhapnews)

사살된 테러범의 가족은 그가 전혀 이런 행동을 할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ZA의 아버지는 이웃을 통해 "딸이 그런 행동을 할지 상상도 못 했기에 믿기지 않는다"며 "누군가 총을 주고, 그렇게 하라고 지침을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딸은 정서적으로 불안정했고, 쉽게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덧붙였다고 CNN인도네시아가 전했다.

다른 이웃들도 ZA에 대해 "조용하고, 집 밖에도 잘 나가지 않았다"며 놀라워했다.



인도네시아 경찰 대테러 특수부대인 '88파견대'(덴수스 88)는 ZA가 총을 어떻게 구했는지, 정말 단독 범행인지 등을 수사 중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그동안 경찰서, 경찰초소가 종종 테러 대상이 됐지만, 이번에는 경찰청 본부에서 젊은 여성이 홀로 테러를 시도했다는 점에 충격받은 분위기다.

특히 20대 신혼부부가 지난달 28일 술라웨시섬 마카사르 성당 앞에서 자살 폭탄 테러를 벌인 지 사흘 만에 경찰청 본부가 공격받으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은 "주재국 경찰이 두 건의 테러 사건과 관련해 대대적인 검거작전에 나섰고, 추가 테러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종교시설, 경비가 취약한 다중이용시설 출입을 가급적 자제해달라"고 교민들에게 당부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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