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여전히 부족…한은 "환수율 낮지만 수급 균형은 유지"
(서울=연합뉴스) 은행팀 =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시중에 5만원권이 부족한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작년 하반기에 나타난 극심한 부족 상태는 해소됐지만, 여전히 작년 초 수준으로는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한달간 5만원권 발행액은 총 3조696억원이다.
이에 비해 시중에 유통된 후 한은 금고로 돌아온 5만원권 환수액은 2천828억원으로, 환수율은 9.2%에 그친다.
5만원권 환수율은 1월(4.1%)보다는 높아졌지만, 여전히 10%에도 못 미쳤다.
환수율은 작년 1월에는 15.8%, 2월에는 272.5%에 달했으나 6월 27.9%, 8월 12.1%로 떨어지더니 9월 3.2%까지 내려갔다. 이어 10월에는 65.9%로 회복했다가 12월 다시 10.8%로 떨어졌고, 올해 들어서는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한은 금고로 돌아오지 않은 나머지 5만원권은 가계·기업·금융기관 등 경제주체들이 거래나 예비 목적 등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기관에 5만원권이 많이 남으면 한은에 다시 5만원권을 수납한다. 5만원권 환수율이 낮다는 것은 이 초과 수납도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은행 현장에서도 5만원권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5만원권이 거의 바닥났던 작년 하반기보다는 낫지만, 여전히 충분하게 공급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 은행 서울 자금 담당은 올해 1∼3월에 한은에 신청한 5만원권 금액이 작년 같은 기간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특히 은행 ATM에는 같은 물량을 넣어두더라도 1만원권보다 5만원권이 빨리 소진돼 이용자들이 5만원권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한은에서 받을 수 있는 신권 물량이 줄었고, 시중에 유통되는 5만원권을 많이 받지도 못하니 ATM에서 5만원권 사용 제한을 둘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5만원권 환수율이 낮은 이유는 먼저 권종 자체가 2009년에야 발행돼 시중에 돌아다닌 역사가 짧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비상용 현금으로 5만원을 쌓아두는 경향도 나타났다.
여기에 명절이 있는 달은 현금 수요가 많아 환수율이 낮게 나타난다.
일각에서는 5만원권이 탈세용 거래에 많이 쓰여 한은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한은 측은 현재는 심각한 5만원권 부족 상태는 지나갔으며, 앞으로도 수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자 조폐공사 발주 물량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2월 중순에 설이 있었기 때문에 5만원권 수요가 아주 많았지만 하순부터는 환수되고 있었고, 3월은 현금이 오히려 들어오는 시기라 환수율이 큰 폭으로 올라갔을 것"이라며 "예년에 비해서는 환수율이 낮지만 전체적으로 수급이 균형은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작년에 수급 불안이 있었던 데다 코로나19 상황도 얼마나 더 갈지 모르기에 올해 화폐 발주를 늘렸다"고 덧붙였다.
hy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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