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쿠데타 두달 "대학살 목전"…민주진영 "반군과 통합정부"
"군부헌법 폐기·소수민족 권익보장 신헌법"…헌법 불태우고 거리시위도
사망자 530명 넘어…군부, 반군에 '한달 휴전' 제안 불구 시위대는 제외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1일로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발발한 지 두 달이 됐다.
군경이 유혈 강경진압을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유엔 특사는 대학살이 목전에 와있다며 국제사회의 신속한 대응을 거듭 촉구했다.
민주진영은 2008년 군부 제정 헌법 폐기를 선언하면서 소수민족과의 통합정부 연대를 공식화했다.
외신 및 현지 매체에 따르면 크리스틴 슈래너 버기너 유엔 미얀마 특사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안전보장이사회 비공개 화상회의에서 "군부의 잔혹행위가 심각하고 소수민족 무장단체 다수가 군부에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히 밝히면서 전례 없는 규모로 내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고 AP·AFP통신이 전했다.
버기너 특사는 "안보리가 재앙을 막기 위한 모든 수단을 검토해주길 요청한다"라며 "대학살을 목전에 둔 상태에서 군부가 대화에 나설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면 상황이 악화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소수민족 무장단체와 연대해 군사정권에 맞서는 방안을 추진해 온 민주진영은 2008년 군부가 만든 헌법이 폐기됐다고 공식 선언했다.
임시정부격인 '연방정부 대표위원회'(CRPH)는 전날 밤 성명을 통해 2008년 군부 헌법을 폐기한다고 발표했다.
군사정권 당시 제정된 헌법은 의회 의석의 25%를 군부에 사전 배당, 의석 4분의 3이 넘는 찬성이 필요한 헌법 개정을 원천 봉쇄했다. 이외에도 군부가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한 '독소 조항'을 가득 담고 있다.
CRPH는 그러면서 과도 헌법으로 민주진영과 소수민족 무장단체가 연대하는 '국민통합정부'의 뼈대를 이룰 '연방민주주의헌장'을 공개했다.
헌장은 독재 청산·연방민주주의연합 건설 및·문민정부 출범을 목표로 했다.
이를 위해 작년 총선에서 당선된 의원들, 정당, 시민불복종운동(CDM)·총파업위원회 등 쿠데타 저항 세력 그리고 소수민족 무장조직(EAOs)들이 협력하고 참여할 것임을 선언했다.
다만 CRPH는 어떤 소수민족 무장단체 들이 통합정부에 참여하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CRPH 발표에 발맞춰 시민들은 양곤과 만달레이 등 곳곳에서 2008년 헌법 책자를 불태우는 화형식도 벌였다.
이런 가운데 군사정권은 '반(反)군부'를 기치로 민주진영과 연대를 모색 중인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에 대해 한 달간 휴전을 일방적으로 전날 제안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은 이 제안에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북부 카친주의 카친독립군(KIA)과 충돌로 미얀마군 최소 20명이 숨지고 4대의 군용 트럭이 파괴됐다고 현지 매체인 DVB가 보도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군부는 다만 안보와 행정을 훼손하는 행위는 예외라며, 군부에 맞서고 있는 시민들의 반 쿠데타 시위 및 시민불복종 운동에 대해서는 계속 강경하게 진압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군부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날 만달레이와 사가잉 지역의 몽유와, 바고 지역 등에서는 대규모 거리 시위가 다시 벌어졌다.
양곤에서는 전날 밤과 이날 오전에 걸쳐 군부가 운영 중인 쇼핑센터 두 곳이 불에 타 전소됐다고 이라와디가 보도했다.
현지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전날까지 총격 등 군경 폭력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이는 536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군경이 시신을 유기한 경우가 많고, 행방불명된 이들 중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아 실제 사망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얀마에서 현지에 진출한 신한은행의 현지 직원이 전날 통근 차량을 타고 가다 미얀마 군경이 쏜 총에 맞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교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양곤지점을 임시 폐쇄했고, 모든 직원은 재택근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out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