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지방정부서 코로나19 확진·사망자 수치 조작 의혹
시칠리아 보건장관, 봉쇄 피하려 피해 축소 의심…경찰 수사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지방 정부의 보건 책임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수치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31일(현지시간)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칠리아주의 코로나19 대응을 총괄해온 루제로 라차 주(州) 보건장관이 이러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탈리아 중앙정부는 각 주에서 보내오는 바이러스 피해 수치를 토대로 전국을 고위험지역(레드존)-위험지역(오렌지존)-준위험지역(옐로존)-안전지역(화이트존) 등 네 등급으로 분류해 그에 맞는 제한 조처를 시행 중이다.
이 가운데 레드존으로 지정되면 주민 외출 제한, 식당·주점 등의 비필수 업소 폐쇄 등 봉쇄에 준하는 조처가 취해진다.
루제로 장관은 지역 경제에 치명타를 주는 봉쇄 조처를 피하고자 신규 확진·사망자 수치 등을 중앙정부에 축소 보고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루제로 장관과 함께 일하는 실무 직원 3명은 이러한 혐의로 가택연금에 처해졌다.
수사기관은 시칠리아 보건당국이 작년 11월부터 40여 차례 통계를 조작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확보하고 루제로 장관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지 언론은 루제로 장관이 최근 시칠리아 한 마을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사망자 수를 여러 날로 분산 기록하라고 지시하는 내용이 담긴 도청 기록도 있다고 보도했다.
루제로 장관은 잘못한 일이 없다고 반박하면서도 당국의 코로나19 대응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30일 주지사에 사표를 제출했다.
시칠리아는 현재 바이러스 위험 두 번째 등급인 오렌지존으로 지정돼 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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