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샵샵 아프리카] 코로나 직격탄 케이프타운 한인들 "1년만 더 버티자"
관광업계·한인회, 대사관 간담회서 지원 요청…한글학교도 운영난
(케이프타운=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작년 3월 이후로 손님 한 명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휴양지 케이프타운에서 숙박 및 관광업을 하는 박동남 사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주남아공 한국대사관(대사 박철주) 측과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 사장은 "이곳에서 12년째 사업을 하고 있는데 최악이다"라면서 다른 한인 관광업자들도 다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현지에서 가이드 등 관광업에 직접 종사하는 한인만 십여 명이지만 몇 명은 수입이 전무한 상태에서 버티다 못해 이미 철수한 상황이라고 한다.
박 사장도 그나마 도시락 배달 같은 부업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같은 업종의 정희경 사장도 "이곳에 1992년 크리스마스 때 와서 29년째 살고 여행업을 한 지는 6년이다"라면서 "작년 3월 초 코로나19가 발병한 이후 한국 거래처는 전직이나 이직을 했지만 여기선 이직도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민주평통 아프리카협의회 대외협력 분과위원장으로 지난 2월 대통령 표창을 받은 바 있다.
그는 "여행업 외에는 할 게 별로 없어 비용을 절약하고 있다"라면서 백신 접종의 진척에 따라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한호기 케이프타운 한인회장은 "올해 1년을 더 버티면 여행업도 어느 정도 정상화되지 않겠느냐는 희망을 안고 있다"라면서 그 사이 재외 동포들에게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재난지원금을 배포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 회장은 "한인 업계는 남아공 현지에서도 제대로 지원을 못 받고 모국인 한국에서도 지원을 못 받아 이중으로 지원이 안 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750만 재외동포를 대변할 재외동포당이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관광업이 주 산업인 케이프타운에서 우리 교민은 1천 명가량 된다고 한 회장은 전했다.
그러면서 교민 자녀들도 취업이 잘 안 돼 내륙 경제중심 요하네스버그 등으로 떠나거나 제3국으로 출국 혹은 귀국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동조 사장은 "꼭 1년 전 이날 남아공이 록다운(봉쇄령)에 들어갔다"라면서 "지난 1년을 어찌어찌 버텨왔지만 올해도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고 개인적으로는 내년 5월이나 돼야 좀 상황이 나아지지 않겠냐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일찍이 1988년부터 아프리카에 진출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한인 관광업계는 한국에서 우선 백신을 맞은 사람이라도 남아공 등 해외여행을 허용해줄 것과 함께 해외 교민도 속히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정부에서 힘써 달라고 요청했다.
박 대사는 이 자리에서 향후 남아공 관광부장관 등과 면담을 통해 교민들의 민원을 전달하고 한국-남아공 직항 개설 문제도 논의하는 한편 케이프타운 시티 관광버스의 한국어 안내방송 개시 등도 타진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웨스턴케이프 주정부에서 발급한 가이드 자격증이 있다는 김명옥 케이프타운 한인회 부회장은 "남아공 관광부의 경우 아시아 담당자가 인도, 중국, 일본은 있는데 한국은 없다"라면서 "한국의 경우 일본 담당자가 부차적으로 하고 중국은 국립공원 입장 등에서 남아공 내국인과 같은 '특별 대접'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4일 케이프타운 한인회 임원진과 대사관 측 간담회에서도 한인회 측은 한국 영사관 및 문화원 분원이나 출장소라도 케이프타운에 검토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내년 대선처럼 재외선거를 할 경우 케이프타운에서 비행기를 2시간이나 타거나 육로로 15시간 이상 걸려 대사관이 있는 프리토리아까지 가야 하는 현실을 개선해 달라는 것이다.
한 회장은 "내년이 한-남아공 수교 30주년이지만 지금까지 2011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더반을 비공식 방문한 것을 빼곤 한국 정상의 남아공 공식 방문은 단 한 번도 없었다"라면서 "대통령의 남아공 방문이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김명옥 부회장 겸 케이프타운 한글학교 교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한글학교가 공간 확보 등 운영난을 겪고 있다면서, 케이프타운의 경우 교민 학생이 10명인데 비해 현지 성인이 30∼40명일 정도로 한국어가 인기를 얻고 있는 점도 고려해 지원해 달라고 덧붙였다.
케이프타운 현지 교민들은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한국 내 우려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남쪽 끝 희망봉 근처에 살아서인지 대체로 '희망'이라는 말을 놓지 않았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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