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궁 "푸틴, 미국의 힘 앞세운 대화 용납 않을 것"
대러 제재, '푸틴은 살인자' 바이든 발언 등 비판…"미러 관계 소생시켜야"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미러 관계가 유례없는 긴장 국면에 처한 가운데 크렘린궁이 힘을 앞세우는 미국의 정책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30일(현지시간) 자국 시사주간지 '아르구멘티 이 팍티'(논증과 사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지금 모든 나라들과 힘을 앞세워 대화하겠다고 앵무새처럼 반복해 얘기하고 있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지도부는 미국인이나 다른 누구에게도 우리와 그런 식으로 대화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스코프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을 '살인자'로 부른 것이 푸틴을 심하게 자극했는지에 대한 질문에 "당연히 모욕적인 발언이다. 선례가 없는 것이었다"고 비판하면서,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무례한 행동에 푸틴 대통령은 오히려 대화를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달 중순 푸틴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에 공개 토론을 제안한 것은 "본질적으로 대화 제안이었다"면서 "이미 많이 훼손된 미러 관계를 소생시켜야 하며 그래서 대화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악화한 미러 관계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안전성, 군비통제, 지역 분쟁, 이란 핵문제 등에 대해 양국이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페스코프는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대사를 전격 소환한 조치에 대해선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의 미러 관계를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점검 뒤 러시아가 정책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과의 외교관계를 단절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는 "극단적 시나리오에 관해선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지난 17일 자국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을 '살인자'로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독극물 중독 사건에 러시아 정부가 개입돼 있다는 서방측 판단에 근거한 답변으로 해석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에 앞서 이달 2일 러시아 정부가 나발니 독살 시도의 배후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러시아 고위관리·연구소 및 보안기관·기업체 등을 제재했었다.
바이든은 또 ABC 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2016년에 이어 2020년 미 대선에도 개입했다는 자국 정보기관의 최근 보고를 근거로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18일 바이든 대통령의 '살인자' 발언에 대해 "남을 그렇게 부르면 자신도 그렇게 불리는 법"이라고 맞받아쳤다.
이어 미-러 관계 현안 논의를 위해 공개 토론을 하자고 바이든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푸틴은 "온라인 생방송으로 하는 조건이어야 한다"면서 토론에서 양자 관계, 전략적 안정성, 지역 분쟁 해결 등 많은 문제에 관해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뒤이어 미러 관계 점검을 이유로 안토노프 주미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했다.
지난 21일 귀국한 안토노프 대사는 여전히 모스크바에 머물고 있으나 아직 푸틴 대통령을 면담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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