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생명 불어넣은 항구적 산소 증가 22억2천만년 전 시작
대산화사건 시작 뒤 2억년간 불안정기 거쳐…기존 학설보다 1억년 이상 늦어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대기 중 산소가 급증해 지구를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곳으로 바꾸는 출발점이 된 '대산화사건'(Great Oxidation Event)이 지금까지 알려진 것보다 적어도 약 1억년 이상 늦은 22억2천만 년 전에야 항구적 산소 증가로 들어 섰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산소대폭발 사건'(Great Oxygenation Event)으로도 불리는 대산화사건은 약 24억300만년 전에 처음 시작된 뒤 약 23억2천만 년 전까지 불안정기를 거쳐 항구적 산소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영국 리즈대학 지구환경학과 사이먼 폴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대산화사건이 시작되고 약 2억년 간 매우 불안정한 시기를 거친 뒤에야 안정적으로 산소가 늘어나게 됐다는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발표했다.
리즈대학과 네이처에 따르면 대기 중 산소가 지금의 0.001%에서 급증하는 대산화사건은 약 24억3천만 년 전에 시작됐다. 지금 산소 농도와 비교하면 매우 낮지만, 지구 표면의 화학적 구성을 극적으로 바꿔놓아 생명체가 출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놓았다.
연구팀은 당시 해양 퇴적물로 형성된 남아프리카 트랜스발의 암석 분석을 통해 초기의 산소 증가가 짧게 유지되고, 약 23억2천만 년 전 이후에도 상당 기간 대기의 산소 농도가 들쭉날쭉하며 요동친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당시 대산화사건 초기에 네 차례에 걸쳐 결빙이 있었으며, 이 중 일부는 지구 전체를 수백만 년간 얼음으로 덮은 것으로 분석하면서, "항구적 산소 증가는 마지막 결빙 이후에 발생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후 선캄브리아기 말기에 산소가 다시 급증하고 기후가 불안정해질 때까지 약 15억 년간 기후와 환경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서 이 시기에 대해 대산화사건 대신 '대산화 에피소드'라는 이름을 붙였다.
논문 공동 저자인 하버드대학의 데이비드 존스턴 교수는 "대기 중 산소 증가는 지구를 생명체가 서식할 수 있는 곳으로 바꾼 핵심 요소"라면서 "대기 산소화의 역사를 밝혀내는 것은 산소가 어떻게 동물이 진화할 정도로 충분히 늘어났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폴튼 교수는 "대기의 항구적 산소화가 일어난 시기를 알 수 없다면 지구에 생명체가 존재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인 대기 산소화의 원인과 결과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마침내 이에 관한 퍼즐 조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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