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지방정부, 러시아제 백신 자체 구매 계약
유럽의약품청 승인 없어 언제 사용 가능할지는 불확실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남부 항구 도시 나폴리를 낀 캄파니아주가 러시아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을 구매하기로 해 귀추가 주목된다.
공영방송 라이(RAI)뉴스 등에 따르면 캄파니아주는 26일(현지시간) 러시아 당국과 스푸트니크V 백신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일종의 구매 예약을 의미한다.
유럽의약품청(EMA)과 이탈리아의약청(AIFA)이 스푸트니크V 백신의 사용 승인을 하지 않아 곧바로 이를 일선 의료기관에 풀 수는 없기 때문이다.
빈첸초 데 루카 캄파니아주 주지사는 "수 주간의 협상 끝에 구매 계약서에 서명했다. 이제 EMA와 AIFA의 승인을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탈리아 지방정부 차원에서 스푸트니크V 백신 구매 계약을 체결한 첫 사례다.
인구 580만 명 규모로 이탈리아에서 세 번째로 큰 캄파니아주는 북부 지역과 더불어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꼽힌다. 누적 확진자 수는 33만여 명으로 롬바르디아·베네토주에 이어 3위권이다.
주 정부로서는 영국발 변이 확산으로 바이러스 3차 유행이 현실화한 가운데 기존의 화이자·모더나·아스트라제네카 백신 공급이 지체되면서 제3의 대안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캄파니아주가 실제 러시아 백신을 사용하게 될지는 미지수다.
일단 EMA와 AIFA의 사용 승인이 언제쯤 날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탈리아를 포함한 서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임상시험 부실 등을 이유로 스푸트니크V 백신 도입에 미온적이다.
이탈리아 중앙정부는 지방정부 차원의 러시아제 백신 독자 구매 시도에 적잖게 당황해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마리오 드라기 총리는 26일 코로나19 방역 관련 기자회견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일러야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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