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진정세…급등 피로감에 공급대책·세금부담까지 영향
2월 초 이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 하향 곡선
중저가 매물 찾기와 재건축 단지 상승동력은 이어져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불과 몇 개월 만에 집값이 너무 비싸져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해서 사고 싶어도 이젠 사기가 어렵게 됐다는 소리가 들리네요. 집주인들도 호가를 낮추지 않고 있어 매수세가 따라붙지 못하는 분위깁니다."(서초동 A 공인 대표)
"강남 쪽이랑은 비교할 순 없고, 서울 중심부나 수도권 신도시보다는 아직 저렴한 아파트를 중심으로 내 집 마련이 급한 수요자의 문의 전화는 계속 걸려오고 있네요. 이쪽도 집값이 억대로 올랐지만, 그래도 아직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는 생각에 가격만 맞으면 계약이 성사되고 있습니다."(구로동 B 공인 대표)
서울 집값이 단기간에 큰 폭으로 뛰면서 급등 피로감에 가격 조정이 이뤄지는 단지가 속속 눈에 띈다.
하지만, 아직도 서울 외곽의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고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강남, 목동 등 지역의 집값도 강세를 보여 서울 전체 집값 상승세를 지탱하고 있다.
◇ 서울 집값 진정세…"너무 올라 매수세 안붙고 거래 없어"
2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2월 1주 0.10% 올라 올해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뒤 0.09%(2월 2주)→0.08%(2월 3·4주)→0.07%(3월 1·2주)→0.06%(3월 3·4주)로 점차 진정되고 있다.
정부의 2·4 주택 공급대책과 광명 시흥 신도시 계획에 따른 공급 기대감에 공시가격 인상 등에 따른 세금 부담, 금리 인상 우려 등이 겹치며 서울 아파트 시장이 관망세를 보인다는 게 부동산원의 진단이다.
국토교통부에 신고된 부동산 실거래 정보를 보면 강남구 청담동 청담자이 전용면적 89.12㎡는 지난달 3일 35억원(11층)에 신고가로 매매된 뒤 이달 6일 31억5천만원(32층)에 계약서를 쓰며 최고가 대비 3억5천만원 내렸다.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59.97㎡도 지난달 16일 21억원(9층)에서 22일 20억원(5층), 이달 10일 19억9천만원(10층)으로 한 달 새 1억원가량 가격 조정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된다.
서초구 래미안퍼스티지 198.04㎡는 지난달 48억7천만원(22층)에서 이달 1일 47억원(24층), 이달 9일 48억원(21층)으로 한 달 새 1억원 안팎으로 내렸다.
강남권 다음으로 고가 아파트가 많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에서도 집값 조정 사례를 찾을 수 있다.
마포구 상수동 래미안밤섬리베뉴Ⅰ 84.99㎡는 1월 30일 16억6천만원(20층)에 신고가로 거래된 뒤 지난달까지 거래가 없다가 이달 16일 16억5천만원(15층)에 매매가 이뤄져 가격이 소폭 내렸다.
성동구 금호동3가 두산아파트 59.97㎡는 지난달 10억2천만원(13층)에 신고가 거래 뒤 이달 3일 9억5천만원(9층)에 계약서를 쓰며 숨 고르기 하는 분위기다.
마포구 C 공인 관계자는 "이젠 집값이 너무 올라 더 오르기 어려울 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매수세가 붙지 않고 있다"며 "그렇다고 호가가 내리지도 않고 급매도 없어 집값이 본격적으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고 말하기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 "내 집 마련 수요 중저가 눈치보기"…보궐선거 영향 등 재건축 강세 계속
집값 급등 전 '내 집 마련'에 성공하지 못한 실수요자들은 상대적으로 집값이 덜 뛴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물 찾기를 계속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 이후 전셋값이 크게 오르자 서울은 물론 서울에서 출·퇴근이 가능한 수도권 인접 지역으로 전세난 회피 수요가 몰렸고, 중저가 아파트에 매수세가 몰리며 가격 '키 맞추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구로구 구로동 신도림LG자이 84.95㎡는 1월 당시 9억8천만원(18층) 신고가로 거래된 뒤 이달 1일 10억7천만원(31층)에 신고가를 경신하며 계약서를 써 처음으로 10억원을 넘겼다.
금천구 시흥동 남서울힐스테이트 84.68㎡는 작년 말 8억5천만원에 거래된 뒤 약 3개월 동안 거래가 없다가 이달 14일 9억원(2층)에 신고가 거래가 이뤄졌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대림e편한세상 83.87㎡의 경우 이달 4일 6억3천만원(1층)에 신고가로 거래되며 처음 6억원을 넘겼다. 해당 평형은 작년 3월 처음 5억원을 넘긴 뒤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같은 둥 상계신동아 84.99㎡ 역시 올해 1월 처음으로 6억원(6층)을 넘겨 신고가로 거래된 뒤 이달 18일 6억2천만원(8층)으로 가격이 2천만원 더 올랐다.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단지들의 가격이 강세를 보이는 것도 서울 집값을 밀어 올리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다음 달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여야 후보가 정해지면서 이들이 모두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 재건축 기대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차 196.21㎡는 이달 15일 63억원(10층)에 매매가 이뤄지며 지난달 5일 51억5천만원 거래 이후 무려 11억5천만원이 뛰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76.79㎡의 경우 1월 21억7천만원(9층), 2월 22억원(5층)에 이어 이달 2일 22억4천만원(8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다시 썼다.
최근 재건축 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은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12단지 등 인근의 재건축 아파트값도 강세다.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는 14개 단지 2만7천여 가구 규모로, 작년 6월 6단지가 처음으로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해 재건축이 확정됐고, 11개 단지가 1차 안전진단을 통과한 상태다.
목동신시가지 7차 53.88㎡의 경우 1월 14억1천만원(15층), 2월 14억5천만원(13층)에 이어 이달 1일 15억원(4층)에 각각 거래되며 가격이 올랐고, 목동신시가지4차 48.69㎡는 1월 12억4천만원(12층)에 거래된 뒤 지난달 거래가 없다가 이달 2일 13억3천만원(15층)에 매매되며 값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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