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성향 20% 묶인 금융지주들 중간배당 나설까
'감시 소홀·거수기' 비판 사외이사들 주총서 모두 연임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김연정 기자 =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들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2020년도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주주배당금 비율)을 20%선으로 낮춰 의결하면서도 일제히 중간·분기배당을 통한 주주환원 정책을 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 권고가 끝나는 6월말 이후 금융지주들이 실제 중간·분기배당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 등에 대한 감시 의무, 금융소비자 보호 등 본연의 역할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는 사외이사들은 이번 주총에서 이변 없이 모두 연임됐다.
◇ 정관 바꾸고 배당가능이익 확충…배당확대 적극검토 시사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5∼26일 열린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들은 한목소리로 '적극적인 주주 환원정책'을 강조했다. 이는 금융지주사들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최대 실적을 내는 등 선방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 요구를 수용해 배당성향을 20%선으로 낮추자 불만이 커진 주주들을 달래려는 의도로 보인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주총에서 배당정책 관련 질문을 받자 "배당성향이 30%는 돼야 한다는 게 일관된 생각"이라며 "코로나19라는 부득이한 상황으로 배당을 낮춰 죄송하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배당성향 30%에) 접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중간배당에 대해서도 "정관에 중간배당은 이미 허용돼 있다. 최근 금융주에 대한 주주들의 기대 등으로 분기 또는 반기별로 배당을 공급할 필요성이 커진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신한금융은 중간배당뿐 아니라 분기배당도 가능하도록 정관을 변경하는 안건을 주총에서 통과시켰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주총에서 "주주가치 측면에서 기대에 못 미치고 있음을 경영진 모두가 가슴에 새기고 있다"며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으로 주주가치를 높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나금융도 중간배당 등을 포함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승 하나금융 재무총괄 전무(CFO)는 주총에서 "중간배당과 기말배당을 포함해 주주가치가 지속해서 증대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우리금융은 자본준비금(별도재무제표 기준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이입시켜 4조원가량의 배당가능이익을 확충하는 안건을 주총에서 통과시켰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주총에서 "올해는 다양하고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4대 금융지주의 언급에 올해 실제 중간·분기 배당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에 분기 배당도 가능하도록 정관을 바꾼 신한금융은 여태까지 정관상 가능했던 중간배당도 한 적이 없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번에 정관을 바꿨지만 정관 변경이 곧 2분기나 3분기부터 분기배당을 한다는 뜻은 아니고 올해 이익 상황 등을 봐야 한다"며 "가능성이 충분히 있지만 확정적으로 한다고 하긴 어렵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실적발표 때 노용훈 신한금융 부사장(CFO)은 "금융당국의 배당권고 20% 이내 제한이 끝나는 6월 말 이후에는 그동안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배당성향이 낮았던 것까지 포함해서 적극적 배당을 할 계획이 있다. 배당성향이 계획대로 추진되지 못할 경우 하반기에도 추진할 계획이 반드시 있다"고 언급했었다.
KB금융도 지주사 설립 당시 정관을 만들 때부터 중간배당이 가능하게 돼 있었으나 지금까지 중간배당을 한 적은 없었다.
KB금융 관계자는 "주총에서 회장이 검토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올해 중간배당을 할 가능성은 있지만, 무엇보다 올해 실적을 봐야 한다"고 했다.
우리금융도 2019년 지주 출범 때 정관에 중간배당이 가능하게 했으나, 실제로 중간배당을 한 적은 없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올해 중간배당 가능성에 대해 "향후 코로나19 안정 시 자본 적정성 범위 유지 내에서 다양한 시장친화적 주주환원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중간배당을 매년 계속해 온 하나금융은 올해 중간배당 가능성에 대해 "중간배당과 기말배당 등 주주가치 증대를 위한 모든 가능성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금융주는 배당밖에 바랄 게 없는 종목이고 저평가된 주가 회복을 위해서라도 각 그룹이 배당을 늘려서라도 주가 회복을 원하게 될 것"이라며 "코로나19 상황을 봐야겠지만 (중간·분기배당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게 틀린 해석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 임기만료 사외이사 사실상 전원 '재선임'
4대 금융지주의 이번 정기 주총에서는 임기 만료된 사외이사 26명 중 22명이 재선임돼 사외이사 '유임'이 대세를 이뤘다.
이사회 안건에 찬성표만 던지는 '거수기' 역할을 했을 뿐 감시와 견제 등 사외이사 본연의 역할은 부족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음에도 4대 금융지주가 이사회 의결을 거쳐 올린 원안대로 안건이 모두 통과됐다. 나머지 4명도 상법 시행령에 규정된 재임 가능한 임기 최대 6년을 모두 채워 교체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전원이 유임된 셈이다.
KB금융은 5명(선우석호, 스튜어트 솔로몬, 최명희, 정구환, 김경호)을 재선임했고, 우리금융은 6명 중 5명(노성태, 박상용, 정찬형, 전지평, 장동우)을 재선임해 신규 선임이 '0명'이었다.
신한금융은 6명(박안순, 변양호, 성재호, 이윤재, 최경록, 허용학)을 재선임하고 4명(배훈, 곽수근, 이용국, 최재붕)을 새로 선임했다. 하나금융은 6명(박원구, 김홍진, 양동훈, 허윤, 이정원, 백태승)을 재선임하고 2명(권숙교, 박동문)을 신규 선임했다.
이에 따라 연임을 통해 한층 더 공고한 '친정 체제'를 구축한 4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기존 사외이사들의 재선임으로 더 강력한 리더십을 확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국민연금기금은 우리금융 사외이사 다수에 대해 반대표 행사를 결정하고,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가 신한·우리금융 사내외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으나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국민연금과 ISS는 이들 금융지주의 이사진이 해외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라임 펀드 사태 등이 발생한 상황에서 CEO를 제대로 견제하고 감시하지 못했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연임을 반대했다.
금융정의연대는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KB금융 사외이사들은 지난해 총 20회 열린 이사회에서 모든 안건에 '찬성' 또는 '특이의견 없음' 의견을 냈고, 우리금융 역시 14회의 이사회 중 반대 의견이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나금융은 10회의 이사회 중 한 번의 반대 의견이, 신한금융은 16회 이사회 중 다섯 번의 반대 또는 보류 의견이 나왔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DLF, 라임펀드 사태에는 사모펀드를 판매한 금융회사뿐 아니라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거수기 역할'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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