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기미 안 보이는 'K배터리 분쟁'…LG·SK 협상 평행선 계속

입력 2021-03-26 14:57
끝날 기미 안 보이는 'K배터리 분쟁'…LG·SK 협상 평행선 계속

배상금 입장차에 협상 사실상 결렬…SK이노 '미국 대통령 거부권' 총력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096770] 간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 대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결정이 나온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양사 간 배상금 협상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ITC 결정에 대해 양사가 서로 달리 해석해며 주주총회에서까지 공방을 이어가는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은 마지막 카드인 미국 대통령 거부권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양사는 ITC가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 대해 지난달 최종결정을 내린 이후 협상을 재개했지만 배상금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달 초 양사는 배상금 협상을 위해 한 차례 만났지만 ITC 최종결정이 나오기 전보다 배상금 격차가 더 벌어졌고, 이후 협상은 사실상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3∼4조원, SK이노베이션 측은 1조원 수준을 거론한 것으로 전해진다.

양사 간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는 것은 지난달 ITC 결정을 두고 양측이 서로 달리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ITC 결정으로 SK이노베이션이 LG의 핵심 인력을 빼내 영업비밀을 침해한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는 입장이지만, SK이노베이션은 증거훼손 등 ITC 증거개시 절차상의 문제로 '파울패'를 당한 것이지 영업비밀 침해 여부는 다투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입장차는 전날부터 하루 간격으로 열린 양사 주주총회에서도 재현됐다.

전날 열린 LG화학[051910] 주주총회에서 신학철 부회장은 "국제무역 규범에서 존중받는 ITC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글로벌 분쟁 경험 미숙으로 일어난 일로 여기는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며 "이번 사안을 유야무야 넘길 수 없고, 피해규모에 합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주총에서 "ITC가 문서관리 미흡을 이유로 사건의 본질인 영업비밀 침해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은 채 경쟁사의 모호한 주장을 인용한 점은 매우 안타깝다"며 시각차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미국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게 하는 경쟁사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SK이노베이션 주주총회 직후 LG에너지솔루션은 곧바로 입장을 내고 "아직까지 ITC 결정 내용을 인정하지 않고 구체적인 사실까지 오도하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며 "소모적 논쟁을 하지 말고 판결문에 적시된 영업비밀 리스트 관련 증거자료를 양사가 직접 확인하자"고 반박했다.



지난달 10일(현지시간) ITC는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당시 LG화학) 인력을 빼가는 방식으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인정하고, 리튬이온배터리 수입을 10년간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다만 미국 대통령은 ITC 결정에 대해 60일간 리뷰하고 공익성 등을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수세에 몰린 SK 측은 마지막 카드로 미국 대통령 거부권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 시한은 내달 11일(현지시간)까지인데,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 출신인 김종훈 SK이노베이션 이사회 의장은 최근 미국에 체류하며 행정부와 정치권에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도 정기 주주총회 의장석까지 비워두고 미국에서 정관계 인사들을 만나며 설득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배터리 분쟁과 관련해 법적 조언을 받기 위해 최근 샐리 예이츠 전 미국 법무부 부장관을 미국 사업 고문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한편 SK이노베이션의 미국 현지 배터리 공장이 건설되고 있는 조지아주 상원은 최근 양사가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 관해 조속히 합의하라고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미국 조지아주 주지사는 이달 12일 대통령 거부권으로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수입금지 조처를 뒤집어달라며 바이든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kc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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