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미국 배터리 사업 의미없게 하는 LG 요구는 수용 불가"(종합)
정기 주주총회…"영업비밀 침해 본질 판단 안 한 ITC 결정 안타까워"
지동섭 대표 "배터리 사업 분사 검토 중이지만 확정된 것은 없다"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SK이노베이션[096770]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LG와 벌인 '배터리 분쟁' 관련 "미국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게 하는 경쟁사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2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강조했다.
LG화학[051910]은 전날 주총에서 "합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는데, ITC 결정에 대한 미 대통령 거부권 시한이 보름가량 남은 가운데 양사가 주총에서도 공방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이명영 SK이노베이션 이사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서린빌딩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어려운 상황 속에서 ITC 소송 문제로 주주 여러분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우선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명영 이사는 미국 출장으로 주총에 참석하지 못한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을 대신해 이날 주총 의장을 맡았다. 김준 총괄사장은 미국 정관계 인사 등을 만나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내 배터리 수입금지 명령을 내린 ITC 결정을 뒤집기 위해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영 이사는 "ITC가 영업비밀이 무엇인지 분명하지는 않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문서관리 미흡을 이유로 사건의 본질인 영업비밀 침해 여부에 대한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은 채 경쟁사의 모호한 주장을 인용한 점은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의 배터리는 지금까지 한 번도 발화 사고가 나지 않는 등 안정성과 품질 측면에서 차별적 경쟁력을 인정받아 왔다"며 "앞으로도 남아있는 법적 절차에서 주주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거나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수준의 경쟁사 요구는 수용 불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밝힌다"고 강조했다.
앞서 SK이노베이션 이사회 감사위원회는 이달 10일 LG 측이 요구하는 배상금이 과도할 경우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부 지동섭 대표는 주총 폐회 뒤 배터리 사업 분사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검토하고 있지만 정해진 것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협상에 진전이 있냐는 물음에는 "앞서 이사회 감사위원회에서 밝힌 것 외에 추가로 말씀드릴 것은 없다"고 했다. 미국 대통령이 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죄송하다"고만 하고 답하지 않았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재무제표 승인의 건과 김정관, 최우석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 등 상정 안건이 모두 통과됐고, 기업가치 제고 차원에서 김준 대표이사와 김유석 배터리마케팅본부장 등 일부 임원에게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회사의 정체성과 포트폴리오, 자산구조를 친환경 중심으로 혁신해 친환경 에너지·소재 중심 기업 '뉴(new) SK이노베이션'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전날 열린 주주총회에서 "(SK이노베이션이) ITC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그 원인을 글로벌 분쟁 경험 미숙으로 여기는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며 "이번 사안을 유야무야 넘길 수 없고, 피해 규모에 합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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