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의 잇단 승부수…롯데, M&A·신사업으로 활로 찾을까

입력 2021-03-24 11:29
신동빈의 잇단 승부수…롯데, M&A·신사업으로 활로 찾을까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참여…중고거래·바이오 산업 진출 추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과거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큰 롯데그룹이 최근 여러 신사업 추진에 나서면서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서 그룹의 양대 축인 화학과 유통을 비롯해 호텔과 식품 분야 모두 부진을 면치 못했다.

더욱이 경쟁사들이 좋은 실적을 내는 상황에서 지난해 부진은 롯데그룹엔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다. 5대 그룹으로 분류되지만 삼성,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과는 격차가 상당히 벌어진다.

특히 유통에서는 경쟁자인 신세계그룹의 이마트 부문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는 상황에서 롯데쇼핑은 매장과 인력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해야 했다.

야심 차게 출범했던 온라인몰 롯데온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소비 특수 속에서도 존재감이 미미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올해 상반기 사장단 회의에서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음에도 부진한 사업군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롯데쇼핑이 국내에서 롯데닷컴으로 온라인쇼핑 사업을 가장 먼저 시작했는데도 현재 롯데온의 성적표는 초라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됐다.

결국 롯데온을 이끌던 조영제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장은 롯데온 출범 1년도 되지 않아 사실상 경질됐다.

이런 와중에 유통업계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쿠팡은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성공적으로 상장하며 대규모 투자 자금을 확보했고 신세계그룹은 네이버와 손을 잡았다. 미국 아마존은 11번가를 통해 한국에 진출한다.



롯데는 일단 시장에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강희태 롯데그룹 유통 BU(사업부문) 부회장은 23일 주주총회에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충분히 관심이 있다"고 공개적으로 인수 의지를 드러냈다. 롯데 관계자는 "본입찰까지 완주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성공하면 시장점유율을 급격히 끌어올리며 쿠팡이나 네이버 쇼핑에 맞설 규모로 온라인 사업을 키울 수 있다.

그러나 롯데의 이베이코리아 실제 인수 의지와 인수에 성공했을 때 시너지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내는 시각도 유통업계에서는 여전하다.

롯데쇼핑은 중고품 거래 시장의 원조격인 중고나라 인수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함으로써 중고품 거래 시장에도 발을 들여놓았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클릭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을 쓰는 순이용자 수는 1천90만명으로, 전체 스마트폰 이용자 4천50만명의 26.9% 수준이다. 중고거래 앱 이용자는 2018년 45%, 2019년 66%, 지난해 6월 기준 117% 급증해 성장성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롯데쇼핑은 200억∼300억원을 투자해 중고나라 지분 23% 정도를 확보하는 차원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영 참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고나라는 네이버 카페에서 운영된다는 플랫폼의 한계가 있고 최근에는 당근마켓 같은 후발 주자에 밀려 예전 같은 위상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기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해 문제가 된 만큼 자칫 롯데의 이미지에 손상을 줄 수 있다.

그러나 2천만명 안팎의 고객 데이터가 있고 롯데쇼핑의 오프라인 점포망을 이용해 사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어 투자 금액 대비 나쁘지 않은 투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롯데그룹은 롯데지주를 통해 바이오산업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기업 엔지켐생명과학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실무 협의가 진행 중이다. 지분 투자나 조인트 벤처기업 설립 등 여러 방안이 거론된다.

알려진 투자 규모는 크지 않아 삼성이나 SK 같은 본격적인 바이오산업 진출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일단 진출 계획을 밝혔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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