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업계도 전기차 시계 빨라지는데…중소업체는 '아직'
만도·한온시스템 등 대형 부품업체는 잇단 수주 소식
중소 부품업체는 미래차 전환율 낮아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전기차 전환기가 다가오면서 국내 일부 부품업체들로부터 잇달아 전기차용 부품 글로벌 수주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그러나 중소 협력사들은 미래차용 부품 생산 체계로의 전환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어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만도는 지난 22일 노면 충격 흡수 장치인 서스펜션 5천만개를 폭스바겐 그룹에 공급하게 됐다고 밝혔다.
1조4천억원 규모의 이번 수주에는 폭스바겐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MEB)을 기반으로 한 유럽 주력 모델 대부분과 내연 기관 베스트셀링 승용 모델, 상용 모델이 대거 포함됐다.
서스펜션은 바퀴와 차체를 연결하는 부품으로 승차감과 드라이빙 안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장에서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자동차 열 관리 솔루션 기업인 한온시스템[018880]도 폭스바겐 MEB를 비롯해 현대차[005380]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에 들어갈 열 관리 시스템을 수주해 양산을 진행하고 있다.
한온시스템은 현대차의 아이오닉 5, 6, 7뿐 아니라 제네시스 전기차 모델의 열 에너지 관리 솔루션도 대거 수주한 상태다.
한온시스템은 지난해 신규 수주 중 친환경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75%에 달하는 등 전기차 관련 사업 비중이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경북 경주에 첫 전기차 전용 핵심 부품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현대모비스[012330]는 지난해 충주와 울산에 이어 경기도 평택에도 친환경차 핵심부품 공장을 짓기로 했다. 평택공장에서는 연간 15만대 분량의 전기차 전용 모듈부품이 양산될 예정이다.
작년 3분기에 분기 최초로 전동화 부품 매출 1조원을 돌파한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부품 제조와 전동화 부문 연구·개발(R&D)에 매출의 8.7%에 이르는 1조122억원을 투자했고, 국내외 연구개발 인력도 처음으로 5천명을 넘겼다.
이처럼 주로 1차 대형 부품 협력사들은 본격적으로 미래차 전환기에 대비하는 모습이지만, 투자 여력이 부족한 2∼3차 중소 협력사들은 여전히 미래차용 부품 생산·개발 체계로 전환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중소 부품업체의 사업 재편이 늦어지면서 부품업계의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부품업체 185개 중 미래차용 부품 생산 체계로 전환한 업체는 39.6%였지만, 연 매출 500억 이하 중소 부품업체 중에서 전환 비율은 16.1%에 불과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1차 협력사 824개 중에서 전동화 전환 가능성이 있는 곳은 약 120개로 15% 정도"라며 "전체 부품사 3천700여개를 기준으로 보면 전동화 가능성이 있는 업체는 많이 잡아도 250개라 5∼7% 가량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부품업계의 미래차 생태계 구축에 조급함을 느끼고 직접 부품업계의 사업 재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자율주행차와 친환경차 부품 생산 기업이 전체 부품 기업의 4% 수준에 불과하다고 보고 2030년까지 1천개 부품 기업을 미래차 분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hee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