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무서워' 홍수 피해 거미·뱀 몰려들자 호주 주민들 경악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호주에서 차오르는 물을 피해 인간의 영역으로 들어온 동물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22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호주 동남부 뉴사우스웨일스(NSW)주 곳곳에서 홍수를 피해 고지대, 특히 사람이 사는 집으로 '피신'한 거미들이 발견됐다.
킨첼라에서 농장을 일구는 맷 러븐포스는 전날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렸는데, 사진에는 거미들이 땅을 가득 메운 모습이 보였다.
대홍수 나자 집에 거미 우글우글…"무섭더라도 연민 가져달라" / 연합뉴스 (Yonhapnews)
러븐포스는 "2001년 3월, 2013년 3월에도 비슷한 폭우 피해를 겪은 적 있다"면서 "이때도 홍수로 인해 거미가 집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비는 아직도 내리고 있고, 물은 여전히 불어나고 있다"며 "날이 밝으면 물이 집안까지 차올랐을 테고, 집 곳곳에는 거미들이 널려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븐포스는 홍수를 피해 인간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동물은 거미뿐만이 아니라면서 "나무는 뱀으로 그득하고, 보트를 타고 나가면 마른 땅을 향해 헤엄치는 뱀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맥스빌에 사는 멜라니 윌리엄스도 전날 페이스북에 거미 수백마리가 차고에서 기어 다니는 모습을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정말 많은 거미가 홍수를 피해 왔다"고 캡션에서 설명했다.
집 외벽을 기어오르는 거미 떼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윌리엄스는 "그런 광경은 본 적이 없다"면서 "정말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고 말했다.
틱톡 사용자인 셰니아 발리는 차오르는 물을 피해 울타리 위로 몰려든 거미 떼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올렸다.
호주 거미학자 리지 로우는 홍수기에 거미 떼가 출몰하는 건 흔한 일이라면서 "여름에 홍수가 나면 더 많은 거미 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우는 "(거미들은) 살려고 발버둥 치는 것일 뿐"이라면서 "홍수가 끝나면 거미들도 흩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거미들은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거미들과 만나게 되면 무섭더라도 연민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NSW주는 지난 18일부터 이어진 폭우로 댐이 범람하고 강물이 넘쳐흐르면서 홍수 피해를 보고 있다.
글래디스 베레지클리언 NSW 주총리는 이날 홍수피해 지역 주민 약 1만8천명이 대피했으며, 옮겨진 동물도 수천마리에 달한다고 밝혔다.
베레지클리언 주총리는 "장대비가 이어지면서, 일라와라 지역과 남해안에도 (호우) 경보가 발령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NSW주 역사에서 이렇게 극심한 악천후를 본 적은 없다"라고 말했다.
honk0216@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