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과 제재폭격 美·북러 손잡는 中…난타전 이어 살얼음 대치

입력 2021-03-23 06:34
수정 2021-03-23 09:47
동맹과 제재폭격 美·북러 손잡는 中…난타전 이어 살얼음 대치

미·EU·영·캐나다 22일 일제히 인권 문제 삼아 대중 제재하며 실력 행사

중국도 북러 밀착하며 우군 규합 '세과시'…제재 강력 반발하며 대립 심화

김정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북중관계로" 미중갈등 악화 속 북미 영향 주목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알래스카 공개 난타전' 이후에도 미국과 중국의 기싸움이 수그러들기는커녕 동시다발 제재와 세력과시 행보로 더욱 심화하는 양상이다.

미국은 중국의 인권 유린을 문제 삼아 서방 동맹국을 총동원하다시피 해 대중 제재를 단행했다. 중국은 강력히 반발하는 한편 북한 및 러시아와 보란 듯이 밀착 행보에 나섰는데 이러한 미중 대치의 악화가 북미관계에 미칠 영향에도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8∼19일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카메라를 앞에 두고 미중이 거칠게 맞붙은 이후 중국은 세력 과시에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 시간으로 2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구두 친서를 교환하고 신화통신을 통해 바로 공개한 대목이다.

시 주석은 국제적·지역적 정세가 심각하게 변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새 정세 아래 북중관계를 견고히 하며 발전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국무·국방장관의 순방을 통해 한일과의 공조를 돈독히 한 뒤 중국과의 알래스카 담판에 나선 미국에 대응해 우군 규합을 통한 세력 과시에 나선 셈이다. 북한 문제에 있어 미국이 중국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을 겨냥한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시 주석이 구두친서에서 중국이 한반도 문제와 지역의 평화안정 및 발전번영을 위해 새로운 적극적 공헌을 하고 싶다고 밝힌 것 역시 미중 갈등 국면에서 북한 문제를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는 의도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 역시 북중관계를 세계가 부러워하는 관계로 강화·발전시키겠다고 화답했다. 적대시 정책 철회 등 미국의 전향적 태도를 요구하는 북한 입장에서도 대미 압박에 있어 중국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악화일로인 미중의 기싸움이 북미관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북한 인권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으면서 돌파구 마련이 한층 불투명해진 북미관계가 미중 갈등의 여파 속에 진전을 보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중 고위급회담이 끝나자마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이날 중국을 방문한 것도 우군과 밀착해 세력을 과시하려는 중국의 의도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 야권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독살 시도를 문제 삼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살인자'로 칭하는 걸 서슴지 않으면서 미·러관계 역시 급랭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날짜를 정해 회담을 제의했다가 미국 탓에 무산됐다며 책임을 전가하는 등 날카로운 신경전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견제를 위한 일본·인도·호주와의 '쿼드(Quad)' 정상회담 및 국무·국방 장관의 한일 순방으로 중국과의 일전(一戰) 준비를 단단히 한 미국은 이번엔 서방 동맹을 끌어모아 제재를 통한 압박 강화에 나섰다.

신장 자치구를 비롯한 소수민족 인권 유린을 문제 삼아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가 이날 잇따라 중국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것이다. 미국은 사전 조율을 통해 같은 날 일제히 제재를 가하는 방식을 동원하는 한편 톈안먼 사태 이후 중국과 정면 대치를 피하던 EU까지 설득해 실력을 과시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이렇게 서방국가가 한꺼번에 중국을 겨냥한 압박 조치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과 러시아를 규합해 맞대응에 나선 중국에 대해 미국이 서방 동맹을 총동원해 맞붙는 양상이 연출된 셈으로, 중국이 당장 강력히 반발하며 긴장 심화를 예고했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외교장관은 이날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오늘 우리는 EU의 조치와 병행해 신장에서의 인권 침해와 유린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조율된 행동을 취했다"면서 신장 지역 소수민족에 대한 억압정책 중단 촉구에 단합돼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부터 25일까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장관회의 참석차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하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대중 협력에 방점을 두고 있다.

블링컨 장관의 방문에 맞춰 나온 국무부 설명자료엔 "나토는 우리의 공동 안보이익과 민주주의, 규범에 기초한 국제적 질서에 중국이 제기하는 위험에 대응하고자 협력한다"고 명시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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