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기요금 동결했지만…유가상승하면 장기적 인상 불가피

입력 2021-03-22 11:22
정부가 전기요금 동결했지만…유가상승하면 장기적 인상 불가피

정부 유보 권한 발동…하반기에는 막기 어려울 듯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국제유가의 가파른 상승세에도 2분기 전기요금이 '동결'된 것은 정부가 유보 권한을 발동했기 때문이다.

연료비 연동제에 따라 연료비 상승분이 전기요금 인상으로 그대로 적용되는 것을 인위적으로 막았다는 뜻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전기요금 상승 추세에 제동을 걸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가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유보 권한을 남발하면 연동제 도입 취지가 무색해질 우려가 있어서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015760]에 따르면, 2분기 전기요금의 연료비 조정단가는 1분기와 같은 kWh당 -3.0원으로 책정돼, 소비자가 체감하는 전기요금은 전 분기와 동일하다.

유가 상승분을 그대로 반영하면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kWh당 -0.2원이 돼 -3.0원이던 1분기보다 2.8원 올랐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유보 권한을 발동하면서 전 분기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됐다.

유보 권한은 한전이 연료비 조정요금 변동분을 반영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하면 정부가 이를 그대로 반영할지, 일부만 반영할지, 아예 반영을 안 할지 등을 결정하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지난겨울 이상한파로 인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의 일시적인 급등 영향을 즉시 반영하는 것을 유보하기로 했다.

또한 1분기 조정단가 결정 시 발생한 미조정액을 활용하도록 했다.

당초 산정된 1분기 조정단가는 kWh당 -10.5원이었다. 지난해 유가가 워낙 낮았던 탓이다.

그러나 kWh당 최대 ±5.0원 범위에서 직전 요금 대비 1회당 3.0원까지만 변동이 가능하도록 한 조항 때문에 실제 조정단가는 -3.0원으로 정해졌다.

결국 1분기에 -7.5원의 미조정액이 발생한 셈인데, 이를 활용해 2분기 조정단가 인상 요인을 상쇄하도록 한 것이다.

이번에 유보 결정을 내린 데는 전기요금 인상이 공공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특히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 가계에 부담을 가중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긴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19일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2분기 공공요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국제유가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한전 역시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 생활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정부로부터 유보 통보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작년 12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면서 내놓았던 전망과 다른 결정을 내리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산업부는 올해 2분기(4∼6월) 전기요금이 1분기 대비 kWh당 2원 더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에 요금을 올렸다가는 유가 전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다.

연료비 연동제 도입 당시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국제 유가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전망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유가 급등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오는 7월부터 적용하는 3분기 전기요금은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가 유보 권한을 또 쓸 수도 있지만, 이럴 경우 전기요금 합리화라는 연료비 연동제 도입 취지가 무색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조흥종 단국대 교수는 작년 말 열린 전기요금 개편 관련 토론회에서 "도시가스 연료비 연동제 사례를 보면 연료비 상승으로 30번 가까이 요금 인상 요인이 있었음에도 정부가 실제로는 두 번만 인상해 미수금이 쌓인 적이 있다"며 "유가가 올랐을 때 정부가 전기요금의 연료비 연동을 강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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