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대에 미국행 이민자 길목막는 멕시코…국경 등 단속강화
과테말라와의 남부 국경 봉쇄…북상 이민자들 잇단 적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정부 출범 이후 미국으로 향하는 중미 이민자들이 더 늘어나면서 미국행 관문에 있는 멕시코도 이민자 단속을 강화하고 나섰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멕시코 이민청(INM)은 북부 누에보레온주 몬테레이에서 항공편으로 불법 입국한 중미 국적자 95명을 적발해 체포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출신으로, 보호자 없는 미성년자도 8명 있었다.
앞서 18일 멕시코 남부 과테말라와의 국경 지역에선 화물 트럭 3대에 빼곡히 타고 있던 329명의 과테말라, 온두라스 이민자들이 적발돼 이민당국에 넘겨졌다.
최근 들어 이처럼 멕시코 남북부 국경에서, 또는 화물열차나 트럭에서 이민자들이 당국에 적발됐다는 소식이 부쩍 자주 전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1월 25일부터 2월 16일 사이 멕시코 중부와 남부 6개 주에서의 열차 단속을 통해 1천200명의 중미 출신 불법 이민자들이 붙잡혔다. 이 기간 버스나 트럭을 타고 북상하던 이민자들도 800명 이상 적발됐다.
예년과의 정확한 비교 수치는 없지만, 이민청 전 관리는 최근의 이민자 단속 빈도와 규모가 유례없는 수준이라고 로이터에 전했다.
멕시코 정부는 지난 18일 남부 과테말라, 벨리스와의 육로 국경에 비필수적 통행을 제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미국행 중미 이민자들을 일찌감치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멕시코는 아울러 범죄조직들로부터 미성년자 이민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남부 국경에 군경과 이민당국 요원들을 대규모로 배치하기도 했다.
멕시코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 시절 국경에 군경을 대거 배치해 중미 이민자들에 대한 단속을 대폭 강화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위협하며 이민자 단속을 촉구한 데 따른 것이었다.
지난 1월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더 포용적인 이민정책을 펼치고 있고, 이웃 멕시코와도 보다 대등한 관계를 약속했지만, 멕시코 정부는 미국행 이민자들의 북상을 더 엄격히 막고 있는 것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보도에서 "멕시코 당국은 트럼프 전 정권 시절 그랬던 것 처럼 미국 이민당국의 한 부문 같이 활동하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것이 바이든 정부의 직접적인 요청에 따른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남부 국경을 봉쇄하기로 한 멕시코의 결정이 미국의 백신 지원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경 봉쇄를 발표한 날 미국은 멕시코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50만 회분을 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백신이 국경 봉쇄의 대가냐는 질문에 양국 정부 관계자 모두 즉답을 피했다고 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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