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모습 보여주듯'…소박하기만 한 정주영 명예회장 자택

입력 2021-03-21 16:20
'생전 모습 보여주듯'…소박하기만 한 정주영 명예회장 자택

정주영 20주기 맞아 청운동 자택 공개…장식 없는 내·외부

제사상 왼쪽 벽면에 정 명예회장 부부 영정 나란히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기자 = 지난 20일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20주기를 맞아 공개된 정 명예회장의 청운동 옛 자택은 근검절약했던 그의 삶을 보여주듯 소박한 모습이었다.

1962년 7월에 지어진 청운동 주택은 건물 면적이 지상 1층 169.95m², 2층 147.54m²규모로, 지금은 관리인이 지키는 빈집이다.

정 명예회장이 줄곧 살면서 현대그룹을 일궈낸 상징적인 장소로, 매일 새벽 주변에 사는 가족들을 이 곳으로 불러 함께 아침을 먹고 출근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개된 청운동 자택의 1층은 회색빛 돌로 이뤄진 석조 건물, 2층은 평범한 흰색 콘크리트 건물의 모습이었다.

2층 발코니쪽 창문으로는 자택 내부에서 움직이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비쳤다.



자택 1층 내부에는 정 명예회장이 생전 기거하던 방에 제사상이 마련돼 있었다.

방 역시 특별한 장식장 하나 없이 조촐하면서도 평범했다. 오래된 피아노와 빛바랜 책, 짙은 색 나무 벽이 세월의 흐름을 보여줄 뿐이었다.

제사상도 기본적인 음식과 과일로만 간소하게 차려진 모습이었다.



제사상 뒤로 설치된 병풍 옆으로는 정 명예회장의 어머니인 한성실 여사의 영정이 놓여 있었다. 흰색 한복에 장신구 하나 없이 소박한 모습이었다.

제사상 왼쪽 벽면에는 책이 빼곡히 꽂힌 책장 옆으로 정 명예회장과 부인 변중석 여사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다. 정장 차림의 정 명예회장과 분홍빛 한복 차림의 변 여사는 활짝 웃고 있었다.



두 사람은 1936년 1월 결혼해 2001년 3월 21일 정 명예회장이 별세할 때까지 65년간 해로했으며, 변 여사는 그로부터 약 6년 뒤인 2007년 8월 17일 세상을 떠났다.

정 명예회장은 자서전에서 변 여사에 대해 "늘 통바지 차림에 무뚝뚝하지만 60년을 한결같고 변함이 없어 존경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범현대가는 2019년까지 정 명예회장과 변 여사의 제사를 따로 지내다 지난해부터 함께 제사를 지내고 있다.

노란 잔디가 넓게 깔린 마당 왼쪽으로는 볕이 잘 들고 신선이 살 만큼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라는 뜻의 '양산동천'(陽山洞天), 남거 장호진이 유거하는 집이라는 뜻의 '남거유거(南渠幽居)'가 새겨진 채석이 보였다.

정 명예회장은 조선시대에 새겨진 것으로 알려진 이 채석을 그대로 보존해 자택을 지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가는 2015년 8월 고 변중석 여사의 9주기부터 제사 장소를 청운동 자택에서 한남동 정몽구 명예회장 자택으로 옮겼다가 2019년 8월 변 여사의 12주기부터 다시 청운동에서 지내고 있다.

청운동 자택은 2001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상속받은 뒤 2019년 3월 정의선 회장에게 소유권을 넘겨줬다.

he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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