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레이 北대사관 직원 등 30여명 모두 철수…상하이행 탑승(종합2보)

입력 2021-03-21 18:16
주말레이 北대사관 직원 등 30여명 모두 철수…상하이행 탑승(종합2보)

북한 단교 선언에 말레이 정부 "48시간 내 떠나라" 맞대응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21일 오후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관 직원과 가족 등 북한인 30여명이 중국 상하이행 여객기를 타고 말레이시아에서 모두 철수했다.



말레이시아 현지 매체와 외신들에 따르면 북한대사관 직원들은 이날 오전 11시께 대형 버스를 타고 대사관을 떠나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상하이행 여객기 탑승 수속을 밟았다.

베르나마 통신은 "어린이 여러 명을 포함해 북한인 33명이 상하이항공 FM886편에 탑승했다"며 "이들은 취재진에 신경 쓰지 않고 수속 절차를 밟았다"고 보도했다.

이어 "김유성 북한 대사대리와 송기철 참사가 나머지 귀국 인원들이 체크인하는 것을 도왔다"고 덧붙였다.



말레이시아와 북한을 직접 오가는 여객기 노선은 없으며, 이날 오후 4시 56분 FM886편이 쿠알라룸푸르에서 상하이를 향해 이륙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쿠알라룸푸르에서 중국 본토로 가는 여객기는 FM886편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귀국단에는 북한 외교인력과 가족뿐만 아니라 일부 말레이시아에 남아있던 북한 교민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말레이시아와 북한은 2017년 '김정남 암살사건' 후 비자면제협정을 취소해 신규 입국자가 거의 없던 상황이다.



이날 버스가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김유성 대사대리는 북한대사관 밖으로 나와 성명을 발표했다.

김 대사대리는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번 사태가 가져올 결과물을 감내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미국의 극악무도한 정책으로 만들어진 반북 음모의 산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말레이시아 당국은 맹목적으로 미국을 지지했다"며 "말레이시아가 무고한 우리 국민을 미국에 인도함에 따라 양국관계의 근간을 송두리째 파괴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말레이시아와 북한은 1973년 외교관계를 수립한 뒤 우호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2017년 2월 13일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VX신경작용제로 암살당한 뒤 양국 관계는 급격히 멀어졌다.

두 나라는 상대국 대사를 맞추방했고, 북한은 자국 내 말레이시아인을 전원 억류해 인질로 삼으면서 단교 직전까지 갔었다.

이후 양국 대사를 서로 보내지 않고 소원하게 지내던 중 말레이시아 당국이 쿠알라룸푸르에 살던 북한인 사업가 문철명을 자금세탁·유엔 제재 위반 등 혐의로 체포해 미국에 인도하자, 북한이 외교관계 단절을 전격적으로 선언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도 맞대응해 북한 외교직원과 가족들에게 48시간 이내 떠나라고 명령하는 한편 "(김정남 암살사건에 따라) 2017년부터 이미 운영이 중단된 주평양 말레이시아 대사관 문을 닫는다"고 발표했다.

이후 쿠알라룸푸르 서부 부킷 다만사라에 있는 북한대사관 앞에는 현지 매체와 외신 취재진이 몰려들었고, 경찰도 배치됐다.

북한대사관의 인공기는 전날까지 걸려있었으나 밤사이 내려졌고, 이날 오전 9시 10분께 북한대사관 앞마당으로 대형 버스가 들어가 대기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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