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 인공기 내려…철수 시한 다가와

입력 2021-03-21 11:51
수정 2021-03-21 15:04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 인공기 내려…철수 시한 다가와

북한 단교 선언에 말레이 정부 "48시간 내 떠나라"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21일 오전 주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은 인공기를 내리고, 대형 버스를 대사관 안마당에 대기시키는 등 철수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다.



말레이시아의 한 교민은 이날 새벽 쿠알라룸푸르 서부 부킷 다만사라에 있는 북한 대사관에서 인공기가 내려진 사진을 연합뉴스 특파원에게 제공했다.

인공기는 전날까지 걸려있었으나 밤사이 내려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19일 말레이시아와 외교관계를 끊겠다고 먼저 발표한 뒤 북한 대사관 앞에는 현지 매체와 외신 취재진이 몰려들었고, 경찰도 배치됐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19일 오후 깊은 유감을 표명하며 "쿠알라룸푸르 주재 모든 북한 외교직원과 가족들은 48시간 이내 떠나라"고 명령했다.

이날 오전 9시10분(현지시간)께 대형 버스 한 대가 북한 대사관 앞마당으로 들어가 대기 중이다.

해당 버스는 북한 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을 공항까지 수송하기 위해 빌린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대사관에서 일하던 외교관과 직원, 가족 등 북한인 총 33명이 이날 말레이시아를 떠날 것이라고 더스타 등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이를 두고 북한 외교인력과 가족뿐만 아니라 일부 말레이시아에 남아있던 북한 교민이 포함됐을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말레이시아와 북한을 오가는 직항 항공편은 없기에 이들은 중국 등으로 향할 것으로 점쳐진다.





말레이시아와 북한은 1973년 외교관계를 수립한 뒤 우호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VX신경작용제로 암살당한 뒤 양국 관계는 급격히 멀어졌다.



두 나라는 상대국 대사를 맞추방했고, 북한은 자국 내 말레이시아인을 전원 억류해 인질로 삼으면서 단교 직전까지 갔었다.

이후 양국 대사를 서로 보내지 않고 소원하게 지내던 중 말레이시아 당국이 쿠알라룸푸르에 살던 북한인 사업가 문철명을 자금세탁·유엔 제재 위반 등 혐의로 체포해 미국에 인도하자 북한이 외교관계 단절을 전격 선언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도 맞대응해 북한 외교직원과 가족들에게 48시간 이내 떠나라고 명령하는 한편 "(김정남 암살사건에 따라) 2017년부터 이미 운영이 중단된 주평양 말레이시아 대사관 문을 닫는다"고 발표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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