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보란 듯…미 국방, 인도서 군사 협력 강화 박차(종합2보)
오스틴 장관 2박3일 방문…모디 총리·국방·외교 장관과 잇따라 회담
"정보 공유 등 협력 확대…인도의 러 S-400 구매 관련 제재 아직 논의 안해"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미국·일본·인도·호주 등 4개국이 협의체 쿼드(Quad)를 통해 중국 견제에 힘을 모으는 가운데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인도를 방문, 양국 간 군사·안보 협력 강화에 나섰다.
20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인도 언론에 따르면 오스틴 장관은 전날 오후 2박 3일 일정으로 인도 뉴델리에 도착했다.
인도 정부가 최근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의 장관급 고위 인사와 대면 접촉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스틴 장관은 도착 직후 나렌드라 모디 총리, 아지트 도발 국가안보보좌관 등과 잇따라 회담을 했다.
모디 총리는 오스틴 장관과 면담 후 자신의 트위터에 "바이든 대통령에게 안부를 전했다"며 "양국은 전략적 파트너 관계에 헌신하고 있다"고 썼다.
오스틴 장관은 도착 다음 날 라지나트 싱 인도 국방장관, S.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 등과도 차례로 회담했다.
그는 싱 장관과 회담 후 "인도와 군사 정보 공유, 병참 등의 안보 협력을 강화하기를 원한다"며 "오늘날 국제 역학 관계가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 속에서 인도는 갈수록 중요해지는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싱 장관도 "이번 회담에서 군사 협력 확대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미국 산업의 인도 국방 분야 투자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비동맹 중립 노선을 걷는 나라였으나 지난 몇 년 동안에는 미국으로 외교 무게의 중심이 옮겨가는 분위기다. 중국이 남아시아 등에 영향력을 크게 확대하면서 미국과 공동 대응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는 지난해 11월에는 인도양에서 쿼드 4개국이 참여하는 합동 군사훈련 '말라바르 2020'을 주도했고, 최근 쿼드 정상회담을 통해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생산을 더욱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중국이 자체 개발한 시노백 백신을 개발도상국에 공급하며 백신 외교를 펼치는 것에 대한 대응 성격으로 평가받는다.
이와 함께 인도와 미국은 지난 몇 년간 '통신 상호운용성 및 보안 협정'(COMCASA), '지리정보 데이터와 관련한 기본 교환·협력 합의서'(BECA) 등을 체결하면서 정보 공유의 폭을 넓혀가고 있으며 인도는 최근 미국산 첨단 무기 구매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양국은 인도의 러시아산 방공 미사일 시스템 'S-400 트라이엄프' 도입과 관련해서는 견해차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로 불리는 S-400 방공미사일은 2007년부터 러시아군에 실전 배치된 중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이다.
인도는 이와 관련한 미국의 제재 위협에도 불구하고 2018년 말 러시아와 54억3천만 달러(약 6조1천억원) 규모의 계약을 마무리 지은 상태다.
이에 대해 오스틴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인도의 S-400 구매 계획에 대해서도 논의했다"며 "미국은 모든 파트너에게 제재를 받지 않으려면 러시아산 장비 구매를 피하라고 요청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아직 인도에 S-400이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관련 제재 이슈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오스틴 장관은 최근 인도와 중국 간 국경 갈등 상황에 대해서는 "우리는 양국이 전쟁 직전 상황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인도와 중국이 국경에서 경쟁적으로 병력을 증강하며 여러 달 대치했지만,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작았다고 본 것이다.
인도와 중국은 지난해 5월 판공호 난투극, 인도군 20명과 중국군 4명이 숨진 6월 갈완 계곡 '몽둥이 충돌', 9월 45년 만의 총기 사용 등 북부 라다크 지역에서 여러 차례 충돌하는 등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이후 양측은 외교·군사 채널을 여러 차례 가동한 끝에 최근 판공호 인근 부대 철수에 합의하는 등 긴장이 조금씩 완화되고 있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