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중독' 탓하던 미 경찰 "증오범죄 배제 안 해" 뒷북(종합3보)
성중독 언급하며 증오범죄에 거리 뒀다가 하루 만에 선회
'사건 왜곡' 여론에 "증오범죄 논외 아냐…모든 것 살피는 중"
SNS서 확산한 피의자 관련 '중국 혐오 글'은 가짜로 드러나
(로스앤젤레스·서울=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노재현 기자 = 미국 경찰이 한인 등 아시아계 여성 6명을 포함해 8명의 희생자를 낸 애틀랜타 연쇄 총격범에 대해 증오 범죄 기소 가능성을 열어뒀다.
애틀랜타 경찰은 1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로이터·AP통신 등이 보도했다.
경찰은 앞서 총격 사건 피의자 로버트 에런 롱의 '성 중독'을 이유로 증오범죄 혐의 적용에 거리를 두는 듯한 태도를 취했으나 비난 여론이 고조되자 뒤늦게 달라진 수사 방향을 제시했다.
전날 경찰은 초동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롱이 성 중독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으며 증오범죄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다음 날 기자회견에서 수사관들이 여전히 롱의 범행 동기를 밝히려 하고 있다며 증오범죄 혐의 적용은 "논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애틀랜타 경찰 찰스 햄프턴 부(副)서장은 '증오범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의 수사는 모든 것을 살펴보고 있으며, 어떤 것도 논외의 사항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경찰은 또 롱이 범행 장소들 중 아시아계 여성 4명의 희생자가 나온 애틀랜타 스파 두 곳을 자주 다녔다고 밝혔다.
롱의 총격으로 애틀랜타의 스파 2곳에서 한인 여성 4명이 숨졌으며 체로키 카운티 마사지숍에서는 4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로이터 통신은 "백인 남성 롱은 수사관들에게 성 중독이 총격 사건으로 이끌었다고 말했지만, 연방 의원들과 반인종차별 단체들은 이번 사건의 동기가 적어도 부분적으로 반아시아 정서에 따른 것으로 추측해왔다"고 전했다.
앞서 롱은 체포된 뒤 경찰 초동 수사에서 총격 사건의 동기로 성 중독을 주장했고, 경찰은 용의자의 진술을 그대로 발표해 논란을 촉발했다.
경찰은 17일 브리핑에서 롱이 마사지숍이 주는 성적 유혹을 없애기 위해 총격 범행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미국 내에서는 경찰이 증오범죄의 본질을 성 중독으로 가리려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매릴린 스트리클런드 연방 하원의원 등 한국계 의원들은 "애틀랜타 총격은 증오범죄"라며 '성 중독'으로 사건의 본질을 감추려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고, 한인 단체들도 명백한 증오범죄라며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문가들도 인종과 성(性), 이주 노동자 낙인찍기가 엮인 범죄로 진단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뉴욕주립대 앤절라 존스 사회학과 부교수는 이번 사건을 "미국 내 소외계층을 겨냥한" 범죄라고 말했다.
'성 중독의 신화'라는 책을 낸 임상심리학자 데이비드 레이는 성 중독은 미국 정신의학협회에서 인정한 질환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미투' 운동을 촉발했던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 등 유명인사들이 성폭행 책임을 회피하고자 성 중독을 앞세워 악용한 사례가 있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사건 직후 총격범 롱과 관련해 소셜미디어(SNS)에서 퍼졌던 일부 글이 가짜로 드러났다.
미국 매체 뉴스위크는 페이스북 측이 롱이 작성한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SNS에서 확산한 게시물을 삭제했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 대변인 앤디 스톤은 18일 트위터 댓글에서 롱과 관련한 '중국 혐오글'에 관해 "이 화면 캡처는 가짜다. 우리 정책을 위반하기 때문에 삭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SNS에서는 롱의 글이라고 주장하는 캡처 화면이 퍼졌는데 여기에는 "중국은 코로나19 은폐에 관여돼 있다", "모든 미국인은 우리 시대 최대의 악인 중국에 맞서 싸워야 한다" 등 중국을 강하게 혐오하는 표현이 들어있다.
이 글의 내용을 볼 때 애틀랜타 총격 사건이 아시아계를 노린 증오 범죄일 개연성이 크다는 추측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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