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에 손내민 흑인 인권지도자…"애틀랜타총격은 증오범죄"
샤프턴 목사 "증오범죄 규탄하자…아시아계 형제자매 외롭게 만들지 말아야"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미국의 저명 흑인 인권운동가인 알 샤프턴 목사가 애틀랜타 총격 사건 등 증오범죄의 표적이 된 한인 등 아시아계 커뮤니티에 손을 내밀었다.
샤프턴 목사는 18일(현지시간) 자신이 이끄는 뉴욕시 할렘의 전국행동네트워크(NAN)로 찰스 윤 뉴욕한인회장과 웨인 호 중국계미국인기획위원회(CAP) 회장, 뉴욕시장 후보들을 초청해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공격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회견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범죄에 명백하고 단합된 스탠스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애틀랜타 당국은 아직 증오범죄라고 규정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샤프턴 목사는 "아시아계가 운영하는 스파에 갔다가 27마일이나 떨어진 다른 아시아계 스파에 가서 범행을 저질렀다"며 "오리처럼 생기고 꽥꽥대는 것은 바로 오리"라는 속담을 인용했다.
현지 수사당국이 총격범의 '섹스중독' 주장을 여과없이 공개한 것에 대해선 "만약 그가 섹스중독이라면 27마일이나 가기 전에 다른 성 관련 업소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샤프턴 목사는 "우리는 증오범죄 증가를 목격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규탄하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며 흑인 사회와 아시아계 사회의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또 "'쿵플루'나 '중국바이러스'와 같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용납됐던 것들을 더는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중국 책임론 발언이 아시아계 증오 현상의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아시아계 미국인 형제자매가 외톨이가 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4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하고 라디오와 TV 방송을 진행하는 등 민권운동가로 이름 높은 샤프턴 목사의 영향력 덕분에 불과 하루 전 공지된 이날 회견에 뉴욕시장 후보들이 모두 참석해 증오범죄를 일제히 규탄했다.
이에 윤 회장은 "우리는 고립된 것처럼 느꼈고, 우리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며 "이 도시의 가장 영향력있는 지도자와 오피니언 리더들이 모여 최근 일어난 일들을 규탄하고 우리에게 두 팔을 벌려줬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어려운 시기에 흑인 사회가 곧바로 도움을 손길을 준 것은 한인 사회가 먼저 다른 소수 계층에 다가가려고 노력한 덕분이기도 하다.
윤 회장은 기자회견 전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작년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코로나19 사태 때부터 흑인 사회 등에 마스크와 물품, 기금 등을 전달하며 관계를 돈독히 해왔다"면서 "흑인 사회가 어려웠을 때 저희가 가서 지지를 보였던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마이너리티들이 힘을 합쳐 증오를 규탄하는 것 말고는 뚜렷한 해결책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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