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하원 "기후변화와 싸운다" 헌법1조 개정안 가결

입력 2021-03-18 11:55
프랑스 하원 "기후변화와 싸운다" 헌법1조 개정안 가결

건국 원칙에 '생물다양성·환경 보존' 적시 추진

"가식. 해롭다" 비판하는 우파득세 상원 넘으면 국민투표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프랑스가 기후변화 대응 조항을 삽입해 헌법을 개정하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붙였다.

17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들에 따르면 프랑스 하원은 헌법 제1조에 "국가는 생물 다양성과 환경 보존을 보장하고 기후변화와 싸운다"는 조항을 추가하는 안건을 찬성 391표, 반대 47표로 전날 가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공화국 건립 원칙을 명시한 헌법 첫 조항에 기후변화 대응을 국민투표를 거쳐 추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하원은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한 중도성향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 문장은 2018년 11월 프랑스 전역을 뒤흔든 '노란 조끼 시위' 이후 설립된 시민협의회(CCC)가 제안했다.

시민 150명으로 구성된 CCC는 마크롱 정부가 추진하는 배출가스 저감 정책의 시행 방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만약 이 법안이 상원을 통과할 경우 프랑스는 2005년 이후 처음으로 국민투표를 하게 된다.

당시 프랑스 의회가 승인한 유럽연합(EU) 헌법 비준은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다.

다만 이번 법안을 넘겨받아 심사할 상원에는 이에 회의적인 우파 성향의 공화당이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하고 있어 법안 최종 통과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극우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는 이번 법안을 두고 "정치적 가식"이라며 비판했다.

르펜 대표는 프랑스의 대표적 포퓰리스트로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결선에 오른 데 이어 2022년 대선에서도 주요 후보로 거론된다.

다른 우파 정치인들도 이 조항은 프랑스의 민간 영역을 해롭게 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 좌파 정치인들과 시민단체들은 이번 법안에 대한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가 다음 대선 전 실시될 국민투표에 도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독일 도이체벨레는 다만 마크롱 대통령이 기업의 이익배당금 중 4%를 환경세로 부과해야 한다거나 헌법 서문을 새로 작성해 기후변화 대응을 주요 목표로 삼는다는 내용을 넣어야 한다는 CCC의 제안은 거부했다고 전했다.

ku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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