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검토위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 위해 특별법 제정" 권고
관리정책 전담 '독립적 행정위원회' 설치 주문
'동일 부지에 중간저장·영구처분시설 확보' 우선 고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이하 재검토위)가 43년간 묵혀온 국가적 난제인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을 정부에 권고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전담하는 '독립적 행정위원회' 신설도 주문했다.
재검토위는 18일 사용후핵연료 정책 전반에 걸친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공론화를 통한 사용후핵연료 정책 재검토'를 위해 2019년 5월부터 진행한 공론화 결과를 종합 정리한 것이다. 전국과 지역의 의견수렴 결과, 전문가 검토 결과, 4개 기관의 법률 정비 자문 결과 등을 포괄했다.
재검토위는 ▲ 사용후핵연료 관리원칙 ▲ 정책 결정 체계 ▲ 영구처분시설 및 중간저장시설 확보 등 8개 의제별로 권고사항을 도출했다.
우선 '사용후핵연료 관리에 관한 특별법'(가칭)을 제정하라고 권고했다. 권고안을 체계적으로 실행하려면 개념 정의부터 부지선정 절차, 유치지역 지원 등 다양한 사항을 법에 명시하라는 것이다.
월성원전 맥스터 증설 논란처럼 사회적 갈등이 컸던 임시저장시설에 대해서도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합리적 지역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관리시설 부지 선정도 과학적 타당성과 국민 수용성을 바탕으로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게 관련 절차를 법으로 만들라고 강조했다. 법제화 대상엔 관리시설 유치지역의 지원 범위·방식, 의견수렴 방안 등도 포함하라고 권고했다.
재검토위는 관리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독립적인 행정위원회 신설도 주문했다. 이 행정위원회는 행정기능과 더불어 규칙 제정을 할 수 있는 합의제 행정기관을 뜻한다. 사용후핵연료 정책은 이해관계가 복잡다단한 만큼 현행 정책체계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과거 공론화위원회 등이 제안한 범부처 회의체, 자문위 등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정책 결정 체계의 전문성과 독립성, 강한 집행력 등을 바라는 국민 의사가 담겨있다고 재검토위는 설명했다.
이외에 재검토위는 사용후핵연료 관리원칙에 중장기 기술발전과 미래세대 등을 고려해 의사결정의 '가역성', '회수 가능성' 원칙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방폐물 처분 뒤 안전성 또는 기술개발 등의 이유로 처분 전 관리상태로 되돌릴 수 있게 하는 것으로, 프랑스와 독일 등이 이런 원칙을 법령에 도입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시설과 관련해선, 국민 다수 의견에 따라 '동일 부지에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을 확보'(집중형 중간저장·영구처분)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되, 중간저장시설 별도 확보 등 다른 의견이 있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하도록 권고했다.
국내에는 임시저장시설만 있을 뿐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은 없다. 재검토위는 "집중형 중간저장·영구처분 시나리오가 전국 의견수렴 시민참여단의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 논의는 1978년 고리 1호기 가동과 함께 시작됐으나 진척을 보지 못했다. 1983년부터 계속된 관리시설 부지확보 시도도 9차례나 성과 없이 끝났다.
2016년에는 20개월에 걸친 공론화 끝에 '제1차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 계획'을 마련했으나, 큰 진전을 거두지 못한 채 법정시한이 다가오고 있다.
김소영 재검토위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이번 권고안은 에너지 전환정책 등 달라진 여건하에서 기존 정책에 대한 국민적 평가와 향후 정책 방향성을 직접 확인한 것"이라며 "10주간의 집중학습과 토론이 결합한 시민참여형 조사를 사용해 단순 입장을 넘어 충분히 숙고한 국민 의견을 파악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위원회의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주관적 평가는 최대한 자제하고, 국민적 인식을 그대로 소개하는 데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재검토위는 권고안을 정부에 전달한 뒤 21개월간 활동을 종료한다.
김 위원장은 "권고안 내용 상당수가 입법·정책적 사안이므로 정부와 국회가 힘을 합쳐 기본계획 수립과 특별법 제정에 적극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산업부는 권고안을 받는 대로 후속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연내 착수하는 '제2차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에 재검토위 권고안을 반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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