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있는 공포…미국서 아시아계 인종차별 19세기 후반부터 기승
애틀랜타 참극에 1882년 '중국인배제법' 망령 회자
"아시아인들 질병·불결함과 연관해 인종차별"
2차 대전 때 일본계 억류…최근엔 무슬림 '묻지마 폭행'도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16일(현지시간) 발생한 연쇄 총격 사건으로 미국에서 뿌리 깊은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 문제가 부각했다.
애틀랜타 경찰과 시 당국은 한국계 여성 4명 등 8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21)이 인종적 동기가 아니라 성 중독에 빠졌을 개연성을 진술했다고 밝혔지만, 미국 내 아시아계 공동체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AP 통신은 17일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인종적 괴롭힘과 공격을 받았던 아픈 역사를 떠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은 19세기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은 1882년 중국인의 이민을 막고 미국에 들어와 있던 중국 출신에게 시민권을 주지 않는다는 내용의 '중국인 배제법'(Chinese Exclusion Act)을 만들었다.
미국이 특정 국가 출신의 이민을 막은 첫 조치였다.
1870년대 들어 미국 경기가 나빠지면서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어지자 낮은 임금을 감수하면서 미국에서 일하던 중국인들이 공격의 대상이 됐다.
이 법으로 미국 서부개척 시대에 철도건설 노동자로 기여했던 중국계 이민자들에 대한 혐오 분위기가 확산했다.
이 법률은 1943년이 돼서야 폐지됐는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이 법을 지목하며 중국-미국 관계를 이간질한 것이 계기가 됐다.
미국 하원은 2012년 중국인 배제법을 사과하는 결의안을 승인했다.
또 아시아계 미국인은 오랫동안 미국에서 의료 문제의 희생양이 됐다.
AP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1870년대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천연두 등 공중보건 문제들의 원인으로 부당하게 지목돼왔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아시아계 미국인들과 질병, 불결함 등을 연관하는 인종차별은 아시아 음식에 대한 관점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
중국 출신뿐 아니라 일본계 미국인들도 인종차별에 고통을 받았다.
미국은 제2차 세계 대전 때 일본계 미국인들을 대규모로 임시 수용소에 억류했다.
일제가 1941년 12월 미국의 하와이 진주만 기지를 공습하자 미국은 일본에 선전포고했고, 이듬해 2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적성 국가 시민을 군사 지역에서 소개하도록 하는 '행정명령 9066'에 서명했다.
이후 태평양 연안에 거주하던 일본계 미국인 12만명이 미국 중·서부에 소재한 10곳의 수용소에 강제로 갇혔다.
2001년 국제 테러단체 알카에다가 저지른 9·11 테러 이후에는 미국에서 이슬람 공포증이 커지면서 남아시아계 미국인들이 표적이 되기도 했다.
남아시아에 무슬림들이 많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문제다.
1982년에는 일본 자동차 회사들과의 경쟁 때문에 해고된 미국인 노동자 2명이 중국계 미국인 빈센트 친(당시 27세)을 일본인으로 오해해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이들이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자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미국은 이민자들에게 '기회의 땅'으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백인들의 끊임없는 인종주의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큰 좌절감을 느끼게 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기간 백인 우월주의를 두둔하는 태도와 맞물려 최근 미국 내 인종주의가 더욱 심해진 분위기다.
올해 1월 샌프란시스코에서 84세 태국계 남성이 아침에 산책하다가 한 청년의 공격을 받고 숨지는 등 아시아계 미국인을 겨냥한 공격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6일 아시아계 인권단체인 '아시아·태평양계에 대한 증오를 멈추라'(Stop AAPI Hate)는 올해 1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이 단체에 신고된 아시아계 혐오 사건이 503건이나 된다고 밝혔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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