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기사로 일하는 은행원…봉쇄·통금이 프랑스에 가져온 변화

입력 2021-03-18 07:30
수정 2021-03-29 21:30
배달기사로 일하는 은행원…봉쇄·통금이 프랑스에 가져온 변화

지난해 3월 17일 첫 봉쇄…1년 중 절반 이상을 제약 속에서 살아

7개월 넘게 손님 못 받은 식당…우버이츠 등 음식 배달 수요 커져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프랑스 대형은행에서 정직원으로 근무하는 쥘리앵(28)은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자전거를 타고 음식을 배달한다.

낮에는 회사에서 금융 업무를 처리하고, 밤에는 음식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앱) 우버이츠 배달 기사로 일하고 있다. '투잡'을 뛰는 이유는 돈 때문이 아니다.

우버이츠 배달원이 되기로 마음먹은 것은 프랑스에 두 번째 전국단위 봉쇄령이 내려졌던 지난해 11월.

재택근무가 불가해 출퇴근해야 할 때는 이동확인서를 소지한 채 외출이 예외적으로 가능했기에 배달원은 봉쇄 기간에도 바깥을 돌아다니는 데 제약이 없었다.

같은 해 12월 15일 이동 제한조치가 풀렸지만, 야간 통행금지 도입으로 해가 지고 나면 집에만 머물러야 하다 보니 그게 답답해 지금도 이따금 배달 일을 하고 있다.

쥘리앵은 17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버이츠 배달을 하면서 돈을 버는 건 크게 의미가 없고, 그저 자유롭게 운동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은 프랑스가 전례 없는 이동제한조치를 시행한 지 1년이 되는 날로, 프랑스인들은 지난 1년 중 절반 이상을 봉쇄와 통금 속에서 살았다.

프랑스는 지난해 3월 17일∼5월 10일, 10월 30일∼12월 15일 총 두 차례 봉쇄령을 내려 3개월 이상 이동을 제한했다.

2차 봉쇄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일부 지역에 적용했던 통금 조치는 봉쇄 해제 후 전국에 내려져 석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쥘리앵은 첫 번째 봉쇄 때에는 생전 처음 겪어보는 조치에 어쩔 줄 몰라 집에만 머물렀지만 두 번째 봉쇄 때에는 나름의 노하우가 생겨 외출할 구실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봉쇄 기간 배달 가방을 메고 돌아다니는 사람 중에는 그저 바깥바람을 쐬기 위해 배달원으로 등록하지 않은 채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이베이와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음식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 로고가 적혀있는 가방, 티셔츠, 점퍼 등을 구매할 수 있다.

쥘리앵이 이 일에 관심을 갖게 된 데에는 프랑스에서 코로나19 대유행과 맞물려 음식 배달원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영향도 있었다.



봉쇄 기간 한적한 길거리에서 가장 흔하게 마주칠 수 있는 사람들이 자전거와 오토바이를 타고 길거리를 활보하는 배달원들이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프랑스에서 음식 배달 서비스 앱에 등록된 기사 규모는 5만 명으로 추정되며, 이들은 코로나19 대유행 속 식당과 손님을 이어주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됐다고 일간 르파리지앵이 보도했다.

프랑스 식당들은 1차 봉쇄가 풀리고 나서도 한 달 뒤에야 손님을 다시 받을 수 있었는데, 2차 봉쇄가 끝나고 나서는 포장·배달만 가능할 뿐 아직도 정상 영업을 못 하고 있다.

정부는 7개월 넘게 폐쇄된 식당과 술집 문을 다시 열 수 있도록 관련 업계와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언제 재개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프랑스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410만8천108명으로 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많고, 누적 사망자는 9만1천170명으로 세계 8위다.

지난해 말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프랑스에서는 이날까지 529만5천735명이 1회차 접종을 마쳤다. 프랑스가 사용하는 백신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두 번 맞아야 면역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run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