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에 멈춰선 미얀마 한인 봉제공장…"코로나도 버텼는데"

입력 2021-03-17 13:53
수정 2021-03-17 17:28
계엄령에 멈춰선 미얀마 한인 봉제공장…"코로나도 버텼는데"

"직원들 무섭다고 다 떠나…미얀마 봉제산업 올해는 끝났다"

"혼란 와중에 피해당할까 걱정"…현지 한인에 대한 관심 촉구도



(양곤<미얀마>=연합뉴스) 이정호 통신원 = 미얀마 군사정권이 최근 최대 도시 양곤과 제2도시 만달레이의 일부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현지에 진출한 한인 봉제업체들도 '날벼락'을 맞았다.

군부의 무자비한 유혈 진압에 두려움을 느낀 직원들이 대거 공장을 떠났기 때문이다.

군정이 지난 14일 처음으로 계엄령을 선포한 양곤 흘라잉타야구(區)는 양곤에서 가장 큰 산업단지가 있고 주민 중 타 지역에서 온 이들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다.

흘라잉타야와 쉐린방 산업단지가 있다. 그 북쪽에는 쉐삐따 산업단지가 자리 잡고 있다.

이 3개 산업단지에 현지 진출한 한인 봉제기업의 절반에 가까운 60여 개가 몰려있는데, 이번 계엄령 선포로 공장 가동에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미얀마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14일 흘라잉타야에서만 60명 안팎이 군경의 무차별 총격에 목숨을 잃었고, 이 직후 군경은 계엄령을 이곳을 포함해 양곤 시내 6개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안그래도 군경이 마구잡이로 총을 쏘아 죽이는 상황에서 계엄령까지 선포되자, 픽업 트럭이나 삼륜차를 타고 흘라잉타야를 떠나 고향으로 향하는 노동자들의 행렬이 전날 오전부터 장사진을 이뤘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미얀마 한인 봉제협회 김성환 사무총장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3개 지역의 봉제공장 및 연관 공장들은 계엄령이 발효된 뒤부터 모두 멈췄다고 생각하면 된다. 직원들이 무섭다고 거의 다 고향으로 떠나고 말았다"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버티고 살아남았는데 계엄령에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직원 대부분이 한 달 휴가를 내고 고향으로 갔는데, 휴가가 끝날 때쯤에는 또 이 나라 설 명절인 띤쟌이어서 상황이 정상화되더라도 4월 말이나 돼야 공장이 가동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인들이 운영하는 공장들은 대부분이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그래서 장기휴가를 내더라도 임금에 관한 부담은 없지만 수주한 의류 제품 납기에 문제가 생기기에 손해가 발생한다.

15년째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한 한인 봉제공장 업주는 "옷은 계절적 특성이 있어서 납기를 맞추지 못하면 재고가 돼 이를 맞추기 위해 항공화물을 이용하게 되고 그러면 업체는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업주는 또 "거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고 고객의 주문에도 영향을 미쳐서 다음 수주를 할 수 없게 된다. 악순환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군부 치하에서 미국 경제제재도 겪었던 경험으로 미뤄보면 미얀마 상황이 빨리 정상화되더라도 미얀마 내 봉제산업은 올해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면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정도의 상황이 되려면 앞으로 2년은 죽도록 고생해야 가능할 것 같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쉐삐따 공단에서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문영완 사장은 연합뉴스 기자와 통화에서 "지금 미얀마 전체가 정상이 아니다. 공단 내 도난 사건도 많아지고 있는데, 심지어는 공업용 재봉틀을 훔쳐 가는 사건도 있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문 사장은 "이런 혼란을 이용하는 세력에 한인 공장들이 피해를 볼까 걱정된다"고 언급했다.

'혼란을 이용하는 세력'과 관련, 현지에서는 쿠데타 이후 군사정권이 사면한 흉악범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미얀마 내 한인 동포에 대한 정부의 관심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원호 미얀마 한인 봉제협회장은 "미얀마에서 일어난 국가비상사태와 계엄령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인기업이나 한인들에 대한 보호나 지원에 대한 얘기는 한국에서건, 어느 곳에서건 한 번도 없어 섭섭하다"고 말했다.



202134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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