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피해자' 中당국 "황사 근원은 몽골…바람 타고 왔다"

입력 2021-03-17 09:54
수정 2021-03-17 18:42
'우리도 피해자' 中당국 "황사 근원은 몽골…바람 타고 왔다"

'중국발 황사' 지적에 "기상 위성 확인…몽골 사막화 심각"

홍콩 매체 "시진핑 방한 앞두고 한중간 황사 논란 불필요"



(베이징·홍콩=연합뉴스) 심재훈 윤고은 특파원 = 중국 정부가 '중국발 황사'라는 표현에 발끈하며 중국 기원설을 강력히 부인한 가운데 기상 당국도 황사의 근원은 몽골이라고 거들고 나섰다.

17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기상국 국가기후센터 쑹롄춘(宋連春) 주임은 지난 15일 10년 만에 수도 베이징(北京)을 덮친 최악의 황사와 관련해 "기상 위성의 모니터링 결과 몽골이 황사의 근원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쑹롄춘 주임은 "이처럼 황사는 바람을 타고 중국으로 날아왔고 한국 등 다른 곳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쑹 주임은 기상 관측 결과를 토대로 몽골의 높은 표면 온도와 낮은 강수량, 동쪽으로 이동하는 강한 바람이 대규모 황사의 조건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도 내비쳤다.

이런 설명은 황사로 인해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도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 셈이다.

몽골은 최근 황사 여파로 현재까지 10여 명이 사망하고 수백 채의 가옥이 파손됐으며 수천 마리의 가축이 유실된 상황이다.

왕겅첸 중국 사회과학원 대기물리연구소 연구원도 "지난 16일 한국에 도달한 황사는 몽골에서 중국 네이멍구(內蒙古) 동남부를 거쳐 한반도로 이어지는 통로를 통해 왔다"고 주장했다.

한국 기상청은 전날 황사 예보에서 이번 황사가 중국 네이멍구와 고비 사막 부근에서 발원했다고 밝혔다. 고비 사막은 몽골 남부와 중국 북부 네이멍구에 걸쳐 있다.



중국 매체들은 지구 온난화로 몽골의 생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몽골 국토의 70%가 사막화에 직면해 있으며 사막 지역이 계속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언론이 '중국발 황사'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는 중국 매체의 질문에 "이번 황사는 중국 국경 밖에서 시작됐고 중국은 단지 거쳐 가는 곳일 뿐"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자오 대변인은 "몽골이 최근 황사 소식을 공식 발표했다"면서 이번 황사의 시작을 몽골로 지목한 뒤 "하지만 중국 여론은 몽골에서 황사가 시작됐다고 책임을 묻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한편, 홍콩 명보는 이날 '황사의 책임은 어디에 있나'라는 제하의 논평에서 최근 황사가 중국에서 기원했다는 한국 언론의 보도에 중국 외교부가 발끈했다고 주목했다.

명보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중국에 불필요한 누명을 씌우지 말라고 요청했다"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올해 방한할 기회가 있는 만큼 이번 소란이 양국 간 공식 소통과 협조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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