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P플랜 난항…'직원 구조조정' 최대 변수될까

입력 2021-03-17 06:15
쌍용차 P플랜 난항…'직원 구조조정' 최대 변수될까

HAAH오토모티브 최종 결정과 산은 지원 등 산 넘어 산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쌍용자동차가 추진하는 P플랜(단기법정관리)이 난항을 겪고 있다.

대주주 마힌드라의 지분 감자를 인도중앙은행(RBI)이 승인하면서 한고비를 넘긴 했으나 유력 투자자인 HAAH오토모티브의 최종 결정과 산업은행 지원 등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

P플랜 협상이 타결되려면 쌍용차[003620]의 인적 구조조정 문제가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진통도 예상된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쌍용차는 HAAH오토모티브와 투자 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다.

쌍용차가 준비 중인 P플랜에는 감자를 통해 현재 75%인 마힌드라 지분율을 25%로 낮추고 HAAH오토모티브가 2억5천만달러(약 2천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주주(51%)로 올라서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HAAH오토모티브의 최종 결정은 예상보다 미뤄지는 분위기다.

실사 결과 쌍용차의 경영 환경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나쁘다고 HAAH오토모티브 측이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때문에 HAAH오토모티브가 '자금줄'인 중동의 금융투자자(FI)들과 캐나다의 전략적 투자자(SI)를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 관계자는 "그동안 경영난에 허덕인 쌍용차가 자동화 설비 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한 와중에 앞으로 매출액은 고정되거나 줄어들 텐데 결국 인건비를 줄이는 방안이 나와야 HAAH오토모티브도 동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적 구조조정 또는 구조조정이 어려우면 회사 정상화까지 인건비 삭감 등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의 대출 지원을 받으려면 인건비 삭감 등 쌍용차 노사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HAAH오토모티브는 쌍용차에 투자하는 자금만큼의 산은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HAAH오토모티브가 투입한 자금은 신차 개발 등 쌍용차의 미래 전략을 위해 쓰고 운영자금 등은 산은이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산은은 회생계획안이 나오면 미래 사업성 등을 철저히 따져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결국 산은이 강조하는 미래 사업성을 담보하려면 인건비 삭감 등을 통한 고정비 줄이기 방안이 포함돼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그동안 쌍용차 노사에 '생즉사 사즉생'(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살 것) 정신을 줄기차게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회장은 지난 15일 간담회에서 "쌍용차 노사는 제가 생각하기에 여전히 안이한 것 같다"며 '뼈를 깎는 노력'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조조정이나 인건비 삭감은 특히 쌍용차 노조가 받아들이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과거 회사를 떠났다가 지난해 5월 거의 11년 만에 마지막 복직자가 복귀한 터라 쌍용차 노조원들 사이에는 구조조정에 대한 트라우마가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쌍용차는 2009년 기업회생 신청의 여파로 대규모 정리 해고를 했고, 여기서 촉발된 이른바 '쌍용차 사태'는 노사 갈등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쌍용차 사태는 결국 한국 사회에 큰 상처를 남긴 끝에 2018년 해고자 전원 복직으로 겨우 봉합됐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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