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기독교 '알라' 쓸 수 있나…정부와 법정 다툼 반복
말레이 정부, "비무슬림도 '알라' 사용 가능" 판결에 항소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국교가 이슬람교인 말레이시아에서 기독교인 등 비무슬림도 '알라'라는 단어를 쓸 수 있는지를 두고 장기간 법정 다툼이 반복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다른 종교도 출판물에 '알라'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최근 법원 판결이 나오자 또 항소했다.
16일 말레이시아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헌법은 기본적으로 모든 시민의 종교 자유를 보장하지만, 이슬람교를 국교로 규정하고, 무슬림의 다른 종교 개종을 허용하지 않는다.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말레이 종족은 무슬림이지만, 인도인들과 화교는 힌두교와 불교, 카다잔두순족 등 보르네오섬에 사는 소수 종족은 가톨릭을 믿는다. 말레이시아의 기독교인은 인구의 9.2% 정도를 차지한다.
알라(Allah)는 이슬람교의 유일신을 뜻하는 아랍어 단어다.
말레이시아의 가톨릭교도들은 19세기부터 하느님을 '알라'라는 호칭으로 써왔다.
이들은 미사에서 "알라의 독생자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습니다"라고 말한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2009년 "가톨릭이 하느님을 알라라고 부르는 것은 이슬람 국가의 체제를 위협하고, 무슬림의 개종을 겨냥한 것"이라며 가톨릭 신문인 '더 헤럴드'에 알라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금지했다.
또, '알라'라는 단어를 사용한 말레이어 성경 1만여 권을 압수했다.
신문사가 제기한 소송에서 1심 재판부가 정부 규정이 위헌이라고 판단하자 무슬림들이 성당과 교회를 연쇄 습격에 불을 지르면서 종교갈등이 종족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이후에도 말레이시아 각 지방정부가 '알라'라는 단어를 이슬람교만 출판물 등에 사용할 수 있다는 규정을 자꾸 내놓아 갈등이 계속됐다.
2013년에는 가톨릭과 개신교계 단체인 말레이시아 기독교 연합과 말레이시아 교회 협의회가 연대해 "많은 (비무슬림) 토착민이 매일 '알라'를 쓰고 우리도 계속 그렇게 할 것"이라며 셀랑고르주의 규정을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그러다 2013년 10월 말레이시아 항소법원이 "가톨릭 주간지가 왜 그렇게 '알라' 사용을 고집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더 헤럴드가 제기한 소송 결과를 뒤집어 정부의 손을 들어줬고, 이듬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당시 말레이시아 정부는 법원 판결 후 "사바주와 사라왁주 기독교도들은 '알라'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발표했지만, 이후에도 계속 갈등 요인이 됐다.
그런데 이달 10일 법원이 "정부 규정이 위헌이기에 비무슬림도 '알라'라는 단어를 신을 지칭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놔 또 다시 논란이 불붙었다.
이번 재판은 2008년 인도네시아에서 '알라'라는 단어가 적힌 종교 자료를 말레이시아로 가져왔다가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압수당한 보르네오섬 거주 기독교인 여성이 제기한 것이다.
'알라' 단어 사용에 관한 판례를 뒤집는 판결이 나오자 이슬람계 정당과 단체들은 격렬히 항의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15일 상급 법원의 판결을 받겠다며 항소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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