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반정부 성향 신문사 "편집국 화학물질 공격 받아" 주장
"입주 건물서 자극적인 화학물질 냄새"…보안기관 출동해 점검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의 반정부 성향 신문사 '노바야 가제타'가 15일(현지시간) 화학물질 공격을 받았다고 신문사 측이 밝혔다.
인테르팍스·AFP 통신 등에 따르면 노바야 가제타 편집국장 드미트리 무라토프는 "오늘 아침 신문사 편집국이 입주해 있는 건물에 화학 공격이 이루어졌다. 수사당국이 건물 입구에 뿌려진 물질을 검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라토프는 화학물질 공격의 배후가 누구일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으나, 시리아 파견 러시아 민간군사업체 바그네르(Wagner)의 포로 고문과 사살 등에 관한 자사 보도와 관련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날 3곳의 러시아 비정부기구(NGO)는 노바야 가제타 보도를 근거로 바그네르를 당국에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바야 가제타는 그동안 아프리카, 중동, 우크라이나 등 분쟁지역에 투입된 민간용병업체 바르네르의 불법적 활동에 대해 보도해 왔다.
신문사는 이날 별도 성명을 통해서도 화학물질 공격에 대해 밝히면서 "사무실에서 모든 직원과 방문객들이 강하고 자극적인 화학물질 냄새를 느꼈으며 건물 내 다른 업체 직원들도 같은 냄새를 느꼈다"고 소개했다.
신문사는 재난당국인 비상사태부와 정보기관인 연방수사국(FSB) 요원, 경찰 등이 현장을 점검했지만 아직 화학물질의 출처를 찾아내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1993년 설립된 노바야 가제타는 러시아에서 몇 안 되는 반정부 성향 언론매체로 그동안 편집국과 기자들에 대한 각종 공격에 시달려 왔다.
지난 2006년에는 러시아로부터 분리·독립을 추진하던 체첸에서 저질러진 정부군의 인권 유린 사건을 심층 취재하던 이 신문사 여기자 안나 폴리트콥스카야가 자신의 아파트 입구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2017년에는 이 신문사 칼럼니스트인 율리야 라티니나가 자동차 방화, 자택 창문을 통한 화학물질 살포 등의 공격을 받고 러시아를 떠났다.
2018년에는 신문사 편집국 사무실 앞에 편집국장 앞으로 보내는 장례용 조화와 절단된 염소 머리가 놓여있는 것이 발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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