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서 '정의를 위한 여성의 행진' 시위 열려

입력 2021-03-15 13:40
호주서 '정의를 위한 여성의 행진' 시위 열려

시드니 등 전국에서 정치권 성폭행 의혹 조사 촉구

(시드니=연합뉴스) 정동철 통신원 = 호주 전역에서 최근 정치권을 강타한 성폭행 혐의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정의를 위한 여성의 행진'(Women's March 4 Justice) 시위가 열렸다.



15일 호주 일간 디오스트레일리안에 따르면, 이날 캔버라·시드니·멜버른 등 호주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로 열린 시위에 7만 명 이상이 참여해 성차별 반대와 정치인을 둘러싼 성폭행 의혹에 대한 조사와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연방 의사당 앞에서 열린 캔버라 시위에는, 호주 의회에서 근무하던 2019년 동료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브리타니 히긴스(26) 씨가 참석했다.

그는 "내가 계속 침묵을 지킨다면 이는 책임을 져야 할 가해자들에게 아무렇게나 사람을 대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최소한 아닌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성폭행을 폭로한 히긴스를 두고 '거짓말하는 암소'(lying cow)라고 비하한 것으로 알려진 린다 레이놀즈 국방장관은 최근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돼 사과와 함께 보상금까지 합의하기도 했다.



시드니 타운홀 광장에서 열린 시위에서는 33년 전 10대 때 크리스천 포터 연방 법무장관에 의해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을 대변한 마이클 브레들리 변호사가 연사로 나섰다.

그는 "법은 장님이지만 귀머거리는 아니다. 우리가 소리 높여 외친다고 바꿀 수 있다"고 호소했다.

3일 포터 장관은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을 청년 시절 시드니에서 만난 적은 있으나 성폭행 사실은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논란은 좀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은 작년 6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스콧 모리슨 연방 총리는 포터 장관의 성폭행 의혹에 대한 진상 조사 요구를 거부하는 상황이다.

호주 방송 채널9의 '미래 여성' 프로그램의 자밀라 리즈비 팀장은 멜버른 집회에 참석해 "20대 초반에 연방의회에서 5년간 일한 적이 있다"면서 "허위로 성폭행 주장을 제기할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 브리타니 히긴스는 타인을 보호하기 위해 나섰다"고 강조했다.

전날에는 서호주주(州) 퍼스 시내 중심가에서 수천 명이 모여 '그만하면 충분해'(Enough is enough) 등 구호를 외치며 여성에 대한 성추행·성폭행에 대한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dc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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