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히 오른 공동주택 공시가격…다주택자 '팔자' 나설까(종합)
전문가들 "내달 말까지 지켜봐야…보유세 세입자 전가 가능성도"
고가1주택자 반발도 커질 듯…종부세 부과 기준 상향 필요성도 고개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지난해 대비 19% 넘게 급등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가격이 하락한 급매물이 늘어날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전년 대비 변동률은 전국 기준 19.08%로, 2007년(22.7%)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다.
지난해 전국에서 집값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세종의 경우 공시가격 상승률이 무려 70.68%에 달했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소유주들의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 등의 보유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등 각종 공공 부담금의 산정 기준으로 활용돼 국민의 재산권에 큰 영향을 끼친다.
전문가들은 다주택자뿐 아니라 고가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들의 반발도 클 것이라고 예상한다.
국토부 모의 분석에 따르면 고가아파트 대다수의 보유세 부담이 작년 대비 50%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주택자의 경우 오는 6월부터 3주택자 이상(조정대상지역은 2주택자 이상)의 종부세는 기존 0.6∼3.2%에서 1.2∼6.0%로 상향 조정돼 부담이 더욱 커질 예정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로 집을 산 젊은 층이나 갭 투자자 중에서 종부세 납부 대상인 고가 주택 보유자가 있을 수 있다"면서 "주택 공시가격이 너무 가파르게 올라 이들의 부담과 박탈감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 교수는 "공시가격 인상은 취득세나 양도소득세처럼 일시적인 세 부담 증가 차원이 아니고 가계 부담에 지속적인 영향을 준다"면서 "종부세 과세 기준이 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올해 95%까지 올라 고가 주택 보유자들이 이중고를 겪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며 "미실현 이익에 대해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국토부는 부동산 공시법에 따라 공시가격은 적정가를 반영하도록 하고 있고, 공정한 과세 체계와 복지 제도의 형평성 확보를 위해 부동산 자산 가치를 정확히 산정할 수 있도록 공시가격 현실화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공시가격 현실화도 중요하지만, 너무 급격하게 올랐다"며 "서울의 아파트값이 평균 10억원을 넘긴 상황에서 고가 1주택자의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잇따른 공급 대책으로 최근 집값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날 급격히 오른 공시가격 발표를 기점으로 급매물이 나올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박원갑 수석전문위원은 "내달까지 주택을 처분하려는 다주택자 매물이 나올 수 있으나 시장이 휘청거릴 정도는 아닐 것"이라며 "이미 증여나 매매를 통해 매물을 정리한 다주택자가 상당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6월 1일 이후에는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부담이 더욱 무거워지면서 매물 잠김 효과가 나타나 시장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양도세 기본세율은 6∼45%로, 조정대상지역에서 2주택자는 여기에 10%포인트, 3주택자 이상은 20%포인트를 가산한다.
그러나 올해 6월부터는 다주택자의 양도세 최고세율이 기존 55∼65%(지방소득세 미포함)에서 65∼75%로 오르면서 6월 이후엔 매물 잠김 현상이 극심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일부 다주택자는 높아진 보유세를 세입자들에게 전가하며 버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내달 재보궐선거와 내년 대선 결과에 따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권대중 교수는 "다주택자들의 입장에서는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면서도 "소득이 불안정한 은퇴자·고령자들 중심으로 매물을 처분할 수 있지만, 세입자에게 보유세 부담을 전가해 전·월세 가격이 더욱 상승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공시가격 발표로 다주택자들이 매도냐 보유냐 결정의 갈림길에서 고심이 깊어질 것"이라며 "내달 말까지가 매물 출회의 분수령"이라고 진단했다.
박 전문위원은 "다주택자들이 '똘똘한 한 채'를 남기고 양도세 중과를 감수하며 팔 것인지, 늘어난 보유세를 감당하면서 버틸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아울러 공시가격마저 9억원을 초과하는 공동주택이 점점 늘어나면서 종부세 부과 기준액을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1가구 1주택 종부세 부과 대상인 공시가격 9억원 초과 공동주택은 전국 기준 3.7%인 52만4천620가구로 집계됐다.
1가구 1주택 종부세 대상 주택은 2019년 21만8천124가구에서 작년 30만9천361가구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 또 급증했다. 서울의 경우 전체 공동주택의 16.0%인 41만3천가구에 이르렀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최근 몇 년간 집값이 급등한 만큼 종부세 부과 기준도 상향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집주인들의 종부세 부담이 세입자들에게 반전세나 월세 상승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2005년에 도입된 종부세 기준이 16년이 지난 지금과 비교했을 때 현실적으로 맞을 수 없다"면서 "집값과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 고가주택 기준을 정기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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