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물든 미얀마…동료 옷깃잡고 "일어나", "이날 잊지 않겠다"

입력 2021-03-15 11:00
수정 2021-03-15 15:05
피로 물든 미얀마…동료 옷깃잡고 "일어나", "이날 잊지 않겠다"

필요할 때만 무력 쓴다던 군부, 실탄 난사하며 시민들 유혈진압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미얀마 군경의 무차별 발포로 쿠데타 이후 최대인 최소 39명의 시민이 숨진 14일 이들의 죽음을 슬퍼하는 동료들과 가족들의 절규가 허공에 메아리쳤다.

시민들은 양곤에서만 42명이 숨졌다며 사망자가 훨씬 더 많다고 주장하며 군부를 향한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양곤 등 주요 도시 시위 현장은 시민들이 흘린 피로 전쟁터 같았고, 시민들은 비통함과 분노로 "이날을 잊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15일 트위터 등 SNS에서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일'(#WhatsHappeningInMyanmar)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전날 군경의 시위대에 대한 무자비한 유혈진압 사진과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지난 11일 미얀마 군사정권 대변인인 조 민 툰 준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미얀마 소요사태는 국제사회가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 서방세계가 잘못 추측하고 있다"며 "도발로 인해 쌍방 폭력이 있을 수 있지만, 군경은 필요할 때만 무력을 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민들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군경은 새총과 고무탄, 최루탄은 물론 실탄을 난사했다.

14일 양곤 산업지대인 흘라잉타야 시위 현장에서 노란색 헬멧을 쓴 시민이 바닥에 쓰러져 있고, 동료가 그의 옷깃을 붙잡고 마치 "일어나"라고 말하는 듯 울먹이는 사진은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날 사망자 가운데 22명이 흘라잉타야에서 나왔다.



시민들이 만든 바리게이트는 군경의 진압에 속절없이 무너졌고, 시민들은 날아드는 총알 앞에 맨몸으로 버티며 "민주주의", "반 쿠데타"를 외쳤다.

곳곳에서 총에 맞은 시민들이 쓰러졌고, 동료들은 어떻게든 부상자들의 목숨을 구하려고 들고, 업고, 안고 안전한 곳으로 뛰었다.





시민들은 SNS에 피투성이 부상자들의 사진과 함께 머리와 가슴 등에 총을 맞고 숨진 사망자들의 사진을 올리고 애도했다.

사망자의 가족과 친지, 시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울부짖었다.



이들은 장례식에서 저항을 상징하는 '세손가락 경례'를 하며 끝까지 싸울 것을 다짐했다.

군경의 실탄 앞에 비무장 시민불복종 운동을 벌이고 있는 미얀마 시민들은 유엔군 투입을 바라고 있다.

하지만 미얀마 군부가 "우리는 제재에 익숙하다. 소수의 친구와 함께 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며 배짱을 부리고, '소수의 친구'로 중국과 러시아가 꼽히기에 국제사회가 정치·경제적 제재 등이 아닌 직접 대응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민들은 밤이 되자 촛불을 들고 거리에 앉아 총탄에 목숨을 잃은 사망자들을 애도하고, 반 쿠데타 의지를 불태웠다.

병원 바닥에 시민들이 흘린 피를 찍은 흑백사진 등과 함께 "이날을 잊지 않겠다"(I'll never forget this day)는 맹세의 게시물도 널리 퍼졌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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